최태원 '탄소감축, 벌금 대신 先인센티브를'…EPC 제안(종합)

"탄소감축 성과 예측해 인센티브 지급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탄소 감축과 관련해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환경보호크레딧(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 도입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22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4’의 비즈니스 리더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미래 시점'의 탄소 감축 성과를 예측해 '지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의 EPC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SK그룹이 만든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개념에 대해 "SK그룹 내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장려하기 위해 이 측정을 핵심성과지표(KPI)와 연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면서 15년 전 관련 시스템 도입을 위해 연간 2억달러(약 2813억원)를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가운데, 더 많은 문제 해결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SK가) 고안한 SPC는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주어지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은 SPC를 9년 넘게 실행해왔으며, 내년이면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에 돈을 지급한 지 10주년이 된다"면서 "SPC가 양도 가능하다면 우리는 SPC에 시장 가치를 부여하고, 탄소 크레딧과 마찬가지로 SPC를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런 의미에서 EPC를 제안한다"면서 "지금 탄소배출권 거래는 현재 발생한 탄소가 거래의 대상이 되나, EPC는 미래 시점의 감축 성과를 예측해 지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약속한 탄소 감축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이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고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연결된 코인을 제공함으로써 코인 자체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적하고 이를 코인 보유자에 대한 현금 보상을 계산하는 측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를 '디자인 사고'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최적의 사업을 해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도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CEO들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가며 고객 수요 충족, 가치 창출 등 최적의 사업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며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디자인 사고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기업인들은 급격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면서 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SK그룹의 역사와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디자인 사고를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SK그룹은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섬유에서 석유, 통신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반도체와 AI로 포트폴리오를 혁신해왔다”며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이 같은 디자인 사고가 바탕이 되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추가하고 수용하는 데 항상 큰 도전에 직면했지만, 사업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왔다”며 “AI 사업과 같이 모든 사업 영역들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복잡한 사업에도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 탄소 배출 감소, 사회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려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더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는 한일 양국의 대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유스(Youth) 세션도 열릴 예정이며 기대가 높다”며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며 불가능을 극복하는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공동 개최해왔으며, 올해는 ‘미래를 설계하고, 내일을 디자인하다(Shape the Future, Design for Tomorrow)’를 주제로 22일과 23일 이틀간 열린다. 최종현학술원은 지난 2018년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출범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이 가져올 도전과 기회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글로벌 지식교류 플랫폼이다.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올해 포럼에는 최 회장과 함께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교수를 비롯해 기업가, 학자 등 수십명이 연사나 패널로 참여한다.

산업IT부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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