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정국이 ‘시계제로’의 격랑에 빠졌다. 다만 여야 간 대치 국면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 역학관계도 복잡한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재판 이후 열린 첫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바로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그들을 선출한 국민"이라며 "주권자 국민이 이 나라 법질서 회복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질서 유지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해 범죄를 은폐하고, 불공정한 권한 행사로 국가 질서 어지럽힌다"며 "검찰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특검을 임명해서 훼손된 법질서를 지키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번 특검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특검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 관련 재판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이 대표 재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피곤해할 것 같다"며 "재판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재판이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모니터링할 ‘재판지연방지 TF’ 당내 설치를 거론하며 "공직선거법상 2심은 3개월, 3심도 3개월 내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백현동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로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백현동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이나 마찬가지다"라고도 언급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여야가 더 격렬하게 대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정치적 타협이 될 조건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리는, 벌금형 정도를 받았다면 (민주당이) 중도층의 마음을 잡아야겠다면서 탄핵이나 연금 개혁이나 이런 것도 우리가 집권당이라는 각오로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더 몰리게 됐다.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대로 투쟁 강도를 더 올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원내·외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주말 집회도 마찬가지고 지난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기 때문에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당내 역학 관계는 한층 복잡해졌다. 그동안 일극으로 자리 잡았던 이 대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감안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재로서는 이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박성민 대표는 "당 체제가 친명 체제로 돼 있기 때문에 지금 비명 3인방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보다는 친명 내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 게 플랜A"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출마할 수 없다면 (친명은) 당내 경선에서 자기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중도 외연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친명은)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응천 전 개혁신당 의원도 "어쨌든 강성당원들의 의지대로, 뜻대로 가게 지금 그렇게 만들어놨다"며 "이재명에 점 하나 찍은 사람(이재명 닮은 꼴)이 올라가지, 3김 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언론 등에서 언급하는 3김과 관련해 "당원과 국민들에 의해서 일정하게 판단을 받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향후 재판 전략도 중요해졌다. 기존 논리를 이어갈지, 새롭게 재편할지가 관건이다. 일단 민주당 내 법률가 출신 의원들은 이 대표 소송과 관련해 ‘판결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은 박균택 의원은 "기본적으로 전략 수정은 필요가 없다"며 "1심에서 했던 변론 방향이나 변론 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수라는 부분을 더 충실하게 설명하는 노력을 하면 무죄가 나올 걸로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재판과 관련해 "전체 맥락을 봤어야 한다"고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대법원 판결 등을 인용하며 "(판결이) 법리에 배치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성’ 의사를 밝혀 형량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응천 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양형에서 유리하려면)가장 중요한 게 진지한 반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단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환을 해야 하는데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