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잔치국수'를 먹어 눈길을 끈다.
이 대표의 집행유예 선고 후 다음 날인 지난 16일, 구독자 16만여명의 한 인기 보수 유튜버는 생방송을 진행하며 "잔치국수를 먹겠다"고 자축했다. 채팅창, 댓글 등에 몰린 보수 성향 누리꾼들도 "오늘은 잔치국수를 먹는 날이다", "묵은 체중이 다 내려가고 속이 다 후련해졌다" 등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잔치국수' 키워드는 이날 내내 보수 진영에 오르내렸다. KBS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맡은 보수 성향 유튜버 '고성국TV'도 "이재명 대표 최소 징역 1년, 잔치국수 쏜다"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런가 하면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잔치국수 사진을 올리며 "잔치를 벌였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다만 이 위원장의 경우 예고된 당원모집 행사를 이날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생일 등 경사가 있는 날에 잔치국수를 먹는 일이 한국의 대표 문화로 자리 잡았으나, 정치권에서 잔치국수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일부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 시작은 무려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고)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는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잔치국수' 먹는 사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그는 "드디어 잔치국수를 먹었다. 오늘 점심 못 드시는 분 몫까지 2인분을 먹었다"며 "매년 3월10일을 촛불시민혁명기념일로 지정하고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실제 노 전 의원은 국수 마니아로 알려졌다.
그의 '잔치국수 포스트'가 유명세를 얻은 뒤 정치권에선 중대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양 진영 모두 잔치국수를 호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잔치국수 밈은 진보보다는 보수 진영에서 더 자주 쓰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장예찬 당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SNS에 잔치국수 그릇을 든 사진을 올리며 "개딸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썼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7월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당 합동 연설 무대에서 "이재명 대표가 교도소 가는 날, 제가 여러분께 잔치국수 하나씩 드리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당시 이 대표는 연단에 오른 자리에서 "이재명이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제가 따라왔다"며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고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