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패혈증 환자에게 장염 진단을 내리고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내과 의사가 1, 2심 판단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17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경남 지역 한 병원의 내과 의사인 A씨는 2016년 10월4일 오전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 B씨에게 장염약을 주는 등 일반적 치료만 하고 귀가시켰다가 이튿날 패혈증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에 대해 혈액검사·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했으나,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온 것 외에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B씨는 같은 날 밤 증상이 악화했다며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다른 의사로부터 장염 관련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가 다음 날 오후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와 결국 사망했다. B씨의 사인은 패혈증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검찰은 A씨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그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도 의료과실 책임을 유죄로 봐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장염 진단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 등의 원인을 급성 장염으로 진단한 것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에게 패혈증 쇼크 등의 증상이 발현돼 하루 만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B씨를 진료했을 당시에는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패혈증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B씨가 다시 응급실을 찾았던 4일 밤에 제대로 처치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도 무죄 판결에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