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올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안전자산 금 가격이 ‘트럼프 리스크’에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571.85달러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금값이 올 들어 35%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30일 대비 8.17% 감소한 것이자,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제이 캐피털 마켓의 나임 아슬람 최고 투자 책임자는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로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값이 급락한 주된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꼽힌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 등 공약을 이행하는 데 따른 인플레이션 점화 우려로 지난 9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돌입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전 거래일 대비 6bp(1bp=0.01%포인트) 뛴 4.35%를 기록 중이다. 4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값은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금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인 달러값이 초강세인 점도 금값에 하락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는 전날 106.87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공화당이 백악관뿐만 아니라 의회의 상·하원을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하면서 달러값은 더욱 가파르게 치솟았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중동 및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금값 하락의 요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에 따라 지정학적 위기가 줄어들게 되면 안전자산인 금 수요도 자연스레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들어설 정부효율성부(DOGE)가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각종 조치에 나설 경우 이는 달러 강세를 가져와 금값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마켓워치는 덧붙였다.
미국 경제가 계속 견조한 상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은 금값이 당분간 하락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되고 있다. XS.com 의 새머 하스 수석 시장 분석가는 “노동 시장 견조라는 지속적인 흐름이 내년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금의 지속적인 약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1월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직전 주 수정치 대비 4000건 줄어든 21만7000건으로 집계돼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