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과 군비통제 대화 등을 재개한다는 관측에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9일(현지시간)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관한 트럼프 당선인의 위기 해결 방안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각국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매우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경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NBC와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직 대화하지 않았지만, 곧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전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언급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양측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군비 통제 등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모색하는 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거라는 관측에는 거리를 뒀다. "러시아와 미국은 군사·정치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신호를 교환하고 있지만 그런 대화(전략 안정 및 군비통제 회담)를 재개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방국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거나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러시아는 미국과 외교 단절 가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서방과 관계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거나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할 경우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