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소식에 베팅 시장에서 7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익명의 투자자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내에서 진행된 여론조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는 과소평가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과장하고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420억원이 넘는 '간 큰' 베팅을 건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고래'로 알려진 익명의 투자자가 가상화폐 기반 베팅 플랫폼인 폴리마켓에 익명 계정 4개를 활용해 트럼프 당선에 3000만달러(약 420억5000만원) 이상을 베팅, 5000만달러(약 700억5000만원)에 가까운 큰 수익을 거두게 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투자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는 거부했으나, 스스로 큰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프랑스 국적의 트레이더 '테오'라고 소개했다. 미국에 거주한 적 있고 은행에서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월 폴리마켓에서 아이디 '프레디9999'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수백만달러를 베팅하는 것으로 시작해 투자 규모를 키워나갔고, 9~10월 중 추가 계정을 만들었다.
테오는 이번 베팅이 결국 미국 내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내기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 관심을 갖고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를 들여다본 게 시작이었다. 여론조사를 분석하고자 수학적 기법을 적용했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과소평가, 해리스 부통령 지지는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결론을 냈다. 또 주류 언론들이 해리스에 친화적으로 기울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의 존재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대선 직전까지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초박빙', '예측불허'라며 깜깜이 판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초기 쉽게 승기를 잡으며 이들이 또다시 숨어있는 '샤이 트럼프'의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테오는 자신만의 분석을 바탕으로 WSJ에 선거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전체 투표에서 49~50%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경합주 7곳 중 6곳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민주당의 옛 강세지역인 블루월 3곳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 네바다에서도 이길 것으로 전망돼 경합주 7곳 전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WSJ는 테오가 정치 단체나 트럼프 측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돈을 직접 거는 베팅 시장에서 이처럼 큰 베팅이 등장하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큰 돈을 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강력한 지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WSJ는 그가 본인을 설명한 내용도 직접 확인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테오는 투자 자금은 모두 본인이 소유한 자산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