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세종=이은주기자
정부가 숲속 야영장을 늘리고, 자연휴양림을 대거 확충하려는 움직임은 국민 행복을 위해 숲을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캠핑처럼 자연에서 여가를 즐기는 방식의 휴가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각종 규제 때문에 대부분의 야영장은 숲 밖에 있어서다. 환경을 중시하는 선진국들도 이미 자연유산을 국민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개방하고 있는 만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야영장을 적극 조성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8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일반·자동차 야영장은 총 3908개로, 지난해 말 3695개에서 213개(5.7%) 늘었다. 2020년 말 2534개와 비교하면 1374개(54.2%) 급증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야영장 건물도 지난해 말 1761개로 5년 전 332개에서 4.3배가량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정하는 캠핑이용자는 2022년 583만명이었으나, 지난해 이용자는 600만명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캠핑장 대부분이 빈 땅이나 노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산림 등 자연경관이 우수한 장소를 발견해도 대부분 ‘보전산지’에 해당해 야영장 설치가 어렵다. 이에 따라 2016년에 산속 깊숙한 곳에 조성 가능한 숲속 야영장 제도를 도입했지만, 각종 비용과 행정규제 때문에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숲속 야영장은 현재 43개로 전체 1.21%에 불과하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공공 야영시설을 운영 중이다. 미국은 산림청, 내무부, 공병대, 어류·야생동물관리청 등 여러 국가기관이 자체적인 숲속 야영장을 조성하고 있다. 매년 캠핑을 떠나는 국민들이 9400만 가구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두거나 지역 특성에 맞춰 물놀이장이나 선착장을 설치하는 등 야영장 조성 방식도 다양하다.
자연 보전 가치가 높은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랏지풀 야영장’으로 유명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슈퍼마켓, 샤워장, 물놀이 계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더 야영장’을 연중 개방하고 있고 최장 7일간의 체류를 허용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역시 4성급 호텔부터 오두막, 텐트촌, 숲속 야영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바, 수영장도 설치돼 있다.
엄격한 환경 규제를 가진 독일 역시 국립공원 캠핑장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독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동부 바이에른 숲에 위치한 국립공원에도 야영장을 설치해 운용 중이다. 숲속 생태계를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는 등 교육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간이 화장실 이용과 물 공급이 가능하고, 무료로 최대 2박까지 지낼 수 있다.
이밖에도 영국(홀름슬리·로레이·로디머추스 야영장), 프랑스(베르동·샤모니·브르타뉴 베르트 야영장), 일본(후라노·아소산 야영장) 등이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에 야영장을 운영 중이다.
환경·산림 업무를 소관하는 환경부와 산림청에서도 숲속 야영장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민복지 증진 차원에서 숲속 야영장을 더 많이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