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재원 부족으로 1년 이상 지연돼온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절차가 예산 증액과 함께 재개된다. 지난해 네 차례나 유찰되며 체면을 구겼던 슈퍼컴 6호기 입찰에는 엔비디아, AMD, 인텔이 참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6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GPU를 중심으로 구축하는 슈퍼컴 6호기에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인텔의 참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서버, 슈퍼컴 제조기업들과도 이미 교감을 해오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예산도 늘어난 만큼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본부장은 전 세계 슈퍼컴 순위를 매기는 '톱500'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미국의 프런티어 슈퍼컴도 AMD의 칩으로만 이뤄졌음을 예로 들기도 했다.
업계의 반응도 비슷하다. 한 GPU 제조사 관계자도 "슈퍼컴 6호기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입찰 성공 가능성은 물론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입찰 공고 절차를 착수해 시스템성능 600PF, 저장공간 200PB, 네트워크 대역폭 400Gbps 이상의 슈퍼컴6호기 도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슈퍼컴 6호기의 성능은 슈퍼컴 5호기 대비 연산자원은 23배 이상 빨라지고, 저장공간도 10배 이상 넓어진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지난 4일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를 개최하고 GPU 시장가격 상승을 반영해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6호기 구축계획' 사업비를 2929억 원에서 4483억 원으로 53%나 증액했다.
슈퍼컴 6호기는 지난해 입찰을 통해 구축사업자를 선정한 후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챗GPT 열풍으로 인한 GPU 가격 급등으로 사업이 4차례나 유찰됐다. 6호기는 기존 슈퍼컴과 달리 CPU가 아닌 GPU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GPU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슈퍼컴 6호기 지연으로 한국의 과학, 산업 및 AI관련 연구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도 커졌다.
우리 정부가 슈퍼컴 6호기 도입 예산 확대에 주력하는 1년 동안 업계 상황도 달라졌다.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에 AMD, 인텔이 신형 GPU를 내놓거나 GPU 사업에 나서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엔비디아가 신형 '블랙웰(Blackwell)' GPU로 무게를 옮기면서 기존 H100, H200에 대한 접근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쿠다(CUDA) 생태계의 영향력을 고려해 엔비디아의 GPU를 최우선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토털 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엔비디아이기 때문이다. 다만 AMD, 인텔도 쿠다 사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며 대안으로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