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 짓는 미국 대선이 5일 시작됐지만, 최종 '승자 선언'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록적인 사전투표 참여율과 잇따른 소송전으로 개표·집계 절차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사전 투표 열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통상적으로 사전 투표에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려로 한층 결속을 강화한 공화당 지지층마저 사전 투표에 나선 탓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선거 연구소(Election Lab)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후 4시(미 동부 표준시) 기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약 8100만명에 육박했다. 1900년 이후 실시된 미국 선거 중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20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수(약 1억명)의 80%를 넘은 셈이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약 3000만개의 우편투표를 고려하면 사전투표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록적인 사전투표 참여로 인해 이번 대선 역시 2020 대선 때처럼 최종 개표 결과가 늦게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특히 우편 투표의 경우 표를 집계하기 전에 봉투를 스캔하고 투표지를 분류한 뒤 유권자의 서명이 적법한지 검사하는 등 개표 준비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주가 선거일 전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하지만,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7개 경합주는 선거일 전까지 우편투표 분류·확인 작업이 금지돼 최종 개표와 집계가 다른 주보다 늦게 끝난다. AP는 "넓은 땅덩이와 복잡한 투·개표 절차로 악명이 높은 애리조나의 경우 개표와 집계를 모두 끝내는 데 최장 13일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결과가 나와도 문제다. 표 차가 근소할 경우 우위를 빼앗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소송전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0.5%포인트)를 포함한 24개 주와 워싱턴 D.C.는 특정 표 차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스카이뉴스는 이번 대선이 "'소송 선거(litigation election)'로 기억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싸울 준비를 마친 거대한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대선 직후 명확한 승리 결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법적 싸움과 지지부진한 권력 이양으로 승자 선언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외신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나리오는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4년 전 대선 때처럼 허위 정보를 유포해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경합주에 재검표를 요구해 시간을 끌고자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 결과를 공식화하는 상·하원 합동위의 인준 등을 물리적으로 막고자 하는 과정에서 자칫 2021년 1월6일과 마찬가지로 폭력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의 경우 미 동부 시간 기준으로 선거일 당일 밤 11시 반을 넘겨 승리 선언 보도가 나왔다. 2016년 대선에는 선거 다음 날 새벽에, 2020년 대선에는 나흘 뒤인 11월7일 오전에야 가능했다. 미 연방법에 의거, 각 주는 12월 11일까지 선거 결과를 인증해야 한다. 인증된 선거 결과는 주별 선거인단이 6일 뒤인 17일 회의를 거쳐 의회에 송부하게 돼 있다. 이듬해 1월 3일 새 회기가 개시되면 의회는 의장을 선출하고 사흘 뒤인 6일 대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공식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