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름때·소음 없는 생산공장…기술 집약된 벤츠 '팩토리56'

자연광 내리쬐고 소음 없어…친환경·자동화 집약
생산라인 유연화…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 조립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 전경(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첨단 생산기지 '팩토리56'은 밝고 고요한 자동차 공장이었다. 천장 유리창에서 햇살이 내리쬐고 공기는 청결했다. 제조업 공장이라면 당연히 들릴 것만 같은 각종 금속성 소음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수백㎏에 달하는 차체는 천장에 달린 집게로봇이 들어 옮겼고, 각종 부품은 지상에서 무인운반로봇(AGV)이 실어 날랐다. 쾌적한 근무 환경에서 직원들은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팩토리56' 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벤츠 최대 생산기지인 진델핑겐 공장에서도 탄소중립과 제조업 전동화·자동화에 몰두한 벤츠 미래 전략의 결정체다. 2020년 9월 축구장 30개 크기인 22만㎡ 부지 규모로 문을 열었다.

화사한 최첨단 공장…친환경·자동화 집중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벤츠 S클래스 수십대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기름때로 상징되는 기존 제조업 생산 공장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다. 높은 층고를 갖춘 지붕 곳곳의 유리창에서 비치는 자연광으로 화사했다. 팩토리56의 지붕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돼 연간 공장 전력량의 30%를 감당한다. 지붕 면적 40%는 녹지로 조성됐고, 빗물 보관 시스템도 구비됐다. 이를 통해 빗물에서 오염물질을 분리한 뒤 산업용수 등으로 활용한다. 또한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종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자동화를 추구한 스마트공장답게 약간의 소음을 제외하면 고요한 편이었다. 바퀴를 끄는 소리, 거대한 부품을 내려놓는 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품은 공장 내 400여대 AGV가 스스로 운반한다. 바닥에 깔린 전자기선을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면 알아서 멈춘다. 팩토리56 관계자는 "AGV들이 각종 부품을 정확하게 배송하면서 효율이 오르고 작업자들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었다"라며 "물동량이 몰리는 교차로 구간에서도 서로 인식하고 양보하면서 일정한 질서를 일궈낸다"라고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 공장에서 집게팔 로봇들이 자동차 차체를 옮기고 있다.

천장에서는 인형뽑기 집게팔 같은 로봇팔이 수백㎏의 차체를 옮겼다.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결합한 차체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작업자들에게 이동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조립된 차량을 80도가량 회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직원들이 허리를 굽히거나 천장을 보지 않고 정면을 보면서 차체 바닥 쪽 작업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생산라인 유연화…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 조립

23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 공자에서 무인운반로봇(AGV)이 자동차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생산 차종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 공장에서는 벤츠의 고급 모델인 마이바흐와 S클래스, EQS, AMG 등을 생산한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를 한 라인에서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동력장치 조립 구역에서는 EQS와 S클래스, 마이바흐 등이 나란히 한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팩토리56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른 모델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라인을 바꾸고 정비하면서 몇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1주일 안에 다른 모델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라며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 하나의 모델만 작업하는 일반 공장과 차원이 다른 유연함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통합한 'MO360' 시스템도 팩토리56의 핵심으로 꼽힌다. 모든 부품과 차체에는 바코드와 QR코드가 찍혀있다. 과거에는 종이 서류가 딸려왔지만 이제는 모두 전산화됐다. 차량 모델, 수출국 등 다양한 정보가 모니터에 표시된다. 언제 어디서 작업 됐는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

여기에 MO360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벤츠 공장의 공급망 정보를 관리한다. 부품 공급이나 수요·공정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또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 기술로 오류도 예측하고 사고를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자동화 속에서도 사람 중심

독일 진델핑겐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 공장에서 직원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80도 회전 컨베이어벨트처럼 팩토리56에는 사람 중심 기조가 여전히 남아있다. 라인 곳곳에는 작업자들의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은 식탁과 소파, 주방과 조리도구, 냉장고 등이 비치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별도의 방이 아니라 칸막이조차 없이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쾌적한 공장 내부 환경 덕에 작업공간과 별도로 격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식당 이동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장 곳곳에 푸드트럭도 마련됐다.

직원들은 어떤 무거운 부품도 직접 들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된 공정에서도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마무리 검품 작업 상당수는 숙련된 인력의 손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팩토리56 관계자는 "고숙련 인력들은 레이저 검사기도 찾아내지 못하는 도장 불량을 찾아내기도 한다"라며 "숙련된 작업자의 촉각과 청각으로 확인을 하고 끝나야만 라인에서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벤츠는 내년부터 팩토리56 제작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인도받을 차량의 제작과 검품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최종 출고 전 기념사진도 촬영하는 식이다. 벤츠 관계자는 "차량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남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IT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