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 튄 스리랑카…美·이스라엘 당국, 자국민 대피 경고

서핑 관광지 아루감베이 등 여행제한
이스라엘-이란 공방에 대규모 테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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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이 동남아시아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 대한 여행제한과 함께 이미 방문 중인 관광객들에게 대피 경고를 내렸다. 양국은 구체적인 위험 요인에 대해 설명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란과 연계된 무장조직들의 테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2019년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의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해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히브리어·종교 및 국적표시 티셔츠 입지 말 것"…테러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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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보안경보를 발표하고 스리랑카의 유명 서핑 관광지인 아루감베이 지역의 여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해당 대사관측은 "아루감베이 지역 내 인기 관광지를 표적으로 삼은 테러 공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받았다"며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제한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도 이날 보안경보를 발령하고 스리랑카 전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루감베이를 비롯해 스리랑카 남부 및 서부 해안지역을 즉시 떠나는 것이 좋으며 적어도 현지 보안군이 많이 있는 수도 콜롬보로 이동할 것을 권고한다"며 "히브리어가 적힌 티셔츠나 종교, 혹은 국적을 드러내는 상징 등 이스라엘인임을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경고했다.

양국 보안당국 모두 구체적으로 어떤 테러위협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중동지역 테러조직들의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 이란 등과 잇따라 교전을 벌이며 중동전쟁이 확전 움직임을 보이면서 해외 이스라엘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9년 IS 테러 이후 잠잠했는데…대규모 테러 발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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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전체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지만, 말레이시아 등 주변 이슬람국가에서 이주한 이슬람교도들을 중심으로 인구의 약 10%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 속에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확대된 것에 대해 반발한 이슬람단체들의 반이스라엘 시위도 발생한 바 있어 테러 위험성이 적지않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2019년 4월에는 스리랑카에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부활절 축일 행사를 하던 교회 3곳과 고급호텔 3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발생해 279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45명은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테러는 지역 내 IS 조직이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히자 불교신자들이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등 혼란이 잇따랐다.

스리랑카 당국도 테러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경찰청은 성명을 통해 "중동과 동유럽 지역 전쟁상황을 고려해 정보기관과 최대한 협력하여 관광객과 리조트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의 안전문제를 당사국에 알릴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됐다"고 밝혔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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