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에 저항' vs '즐기려면 돈 내라'…유튜브 '망명' 꼼수 막힐까

11월 해외국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 인상
구글, 다른 국가 결제 수단 제재 나서
유튜브 망명 행위에 이용자들 입장차

"구글은 조세 회피하면서 우회 결제는 왜 나쁜가"

"이용량을 보면 2만원도 싸다. 즐길 거면 돈 내라"

구글이 일부 국가에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동시에 '유튜브 프리미엄 망명족' 차단에 나섰다. 이달 들어 구글이 해당 국가에서 발급된 결제 수단으로만 멤버십 결제가 가능하도록 강력히 제재하자, 유튜브 망명 행위를 두고 유튜브 이용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출처=AI 이미지]

구글은 최근 일부 국가의 이용자에게 오는 11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최대 56%까지 인상한다는 안내문을 전달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제거, 백그라운드 재생, 동영상 다운로드 등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상품이다.

대상국은 17개국이다.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스위스, 호주, 오스트리아, 칠레, 독일, 폴란드, 튀르키예, 체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태국이다. 한국은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가격 인상의 불똥은 국내 유튜브 망명족에게 튀었다. 해외국 가격 인상 시점에서 국내에서 발급된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 브랜드로는 더 이상 멤버십 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자신의 PC나 모바일 기기 등의 실제 아이피(IP) 주소를 중남미나 아프리카 지역 등 해외 국가로 우회 접속한 뒤 멤버십을 훨씬 싼 값에 결제하는 수법으로 콘텐츠를 이용해왔다. 또 구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결제 국가를 우회 접속했다. 결제 국가 이름 앞에 ‘명예’를 붙여 ‘명예 우크라이나인’, ‘명예 가나인’ 등을 자처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인 나이지리아에서 발급된 결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안내 메시지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지난 17일 전후로 부정 결제 수단에 대한 구글의 단속이 두드러지자, 이들은 구글의 폭리와 국내 가족 요금제 미출시에 대한 불만을 온라인상에 쏟아냈다. "독과점이 이렇게 무섭다" "비싼 요금제로 이민 가게 만들어 놓곤 왜 잡나"란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이 국가는 아직 안 막혔다" "가상 카드 번호를 만들어 시도해봐라" "그냥 리밴스드앱 써라"와 같은 꿀팁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한다. 23일 개인 요금제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월 1만4900원을 내야 한다. 아이폰 인앱 결제인 경우 1만9500원까지 올라간다. 요금제 유형도 개인 요금제 하나뿐이다. 반면 복수의 국가에선 가족 요금제 등이 별도로 책정된다. 가령 아르헨티나의 경우, 개인 요금제는 월 869아르헨티나 페소(약 1300원), 가족 요금제는 1569아르헨티나 페소(약 2500원)다. 가족 요금제는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강력한 조치에도 유튜브 망명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움직임에 대해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정모씨(25)는 "우회하는 행위 자체는 자유다. 한국은 너무 비싸다. 5000원 정도면 감사하다며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유튜브 프리미엄 초창기 가입자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평생 월 8690원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가격을 올려 화가 났다"며 "그래도 쓸 거면 돈을 내고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은 최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 프리미엄이 해외에서 일반 요금제 대비 60~70% 저렴한 가족 요금제와 40%가량 저렴한 학생요금제로도 제공되는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에 출석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유튜브 본사에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경제소득이나 그간 국가별 인상률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유튜브 뮤직을 빼 가격을 낮춘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부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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