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가처분 신청 통해 시세조종'…고려아연, 금감원 조사 요청

고려아연이 장형진 고문, 김광일 부회장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을 조사해 달라며 22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했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1차 가처분) 및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2차 가처분) 신청과 이를 이용한 여론전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는지를 신속하게 조사해달라는 취지다.

앞서 영풍·MBK 측은 지난달 13일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를 골자로 하는 1차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달 2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영풍과 MBK 측은 기각 결정 발표 직후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으로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기각됐다.

고려아연은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영풍과 MBK 측의 공개매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해 즉시 2차 가처분을 신청한 점 ▲고려아연의 공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2차 가처분 신청 근거로 제출한 점 ▲1차 가처분에서 기각된 주장들을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점 등을 들며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저지를 위해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을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주가 억제 상승 목적의 2차 가처분…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의 2차 가처분 신청이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지난 2일 1차 가처분 기각 결정 직후 2차 가처분 신청이 서둘러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1차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영풍과 MBK 측이 즉시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언론에 알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을 저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의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이 언론을 통해 대외에 알려진 이후 2차 가처분 신청 소식이 보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30분 정도다. 당시 2차 가처분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즉각 1.85% 하락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지난 2일 개최된 고려아연 이사회의 결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2차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고려아연은 당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영풍·MBK 측의 선행 공개매수 기간 내인 이달 4일 개시되는 '대항 공개매수'이며,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공시된 공개매수가격은 83만원이었다.

그러나 영풍과 MBK 측은 2차 가처분 신청서에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개시는 영풍·MBK 측 선행 공개매수 기간 이후에 이뤄지는 것이고, 해당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이사회 결의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공개매수가격도 공시된 83만원이 아닌 8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사실관계 확인도 거치지 않고 오직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억제를 목적으로 2차 가처분 신청이라는 부당한 수단을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신청 시점이 주가에 영향…시세조종 해당"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1차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됐던 주장들을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한 사실도 확인했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1차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모두 기각됐는데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2차 가처분 신청을 강행해 고려아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MBK 측이 1차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고 2차 가처분을 신청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각각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 주가를 겨냥한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목적이 있었다는 걸 뒷받침한다"면서 "엄중한 조사와 결과에 상응하는 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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