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바쳤는데 자른다고?…구급차 마스코트 16년차 英 고양이 결국

새끼 고양이 시절부터 16년간 구급 센터서 자라
사람 나이로하면 여든…지역 마스코트로 떠올라
경영진 바뀌며 퇴출 위기…청원으로 막아

16년 동안 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NHS) 구급차 서비스 센터에서 살아온 고양이가 사실상의 '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실상 지역 마스코트화된 이 고양이를 당국이 쫓아내려 하자 시민들이 항의해 막아선 것이다.

최근 영국 런던 지역 잡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등은 런던 구급차 운영 서비스(앰뷸런스) 센터에서 축출당할 뻔한 고양이 '디핍(Defib)'의 사연을 전했다. 디핍은 2008년 앰뷸런스 지점 중 하나인 월섬스토역 근처에서 구출됐다.

당시 앰뷸런스 직원들은 오갈 곳 없는 새끼 고양이였던 디핍을 사무실에서 살게 해줬고, 결국 이곳은 디핍의 새 집이 됐다. 당시 이름 없는 새끼 고양이에게 디핍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들도 앰뷸런스 직원들인 것으로 보인다. 디핍이라는 이름도 응급구조사들의 필수 장비인 제세동기(Defibrillator)에서 따온 것이다.

16살 된 런던 앰뷸런스 서비스 마스코트 고양이 디핍 [이미지출처=런던 앰뷸런스 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이후 디핍은 16년에 걸쳐 런던 월섬스토 앰뷸런스 센터의 '마스코트'로 활약했다고 한다. 디핍이 구급차 위에 올라타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이제 16살 넘은 디핍은 인간 나이로는 80대 노인이다. 하지만 최근 디핍은 월섬스토 사무실에서 강제 퇴거될 뻔했다. 해당 사무실의 경영진이 바뀌면서 디핍의 보금자리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직원이 영국 공공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에 공개 항의 청원을 게재했다. 그는 "16살 넘은 늙은 고양이가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라며 "16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해소해 준 고양이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은 순식간에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6만2000회 이상의 서명을 얻었다.

디핍이 앰뷸런스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체인지 청원 홈페이지 캡처]

해당 청원은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부 장관에게까지 전달됐다. 결국 스트리팅 장관은 직접 디핍의 보금자리를 유지하겠다고 직접 약속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월섬스토 앰뷸런스 센터 경영진도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최고 경영자(CEO)인 다니엘 엘켈레스는 직접 공식 SNS에 글을 게재해 "직원들과 대중의 의견을 경청한 결과, 디핍이 구급차 센터에 머무르는 게 낫다는 데 동의했다"며 "이 고양이는 직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대중의 마음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청원을 작성한 직원들도 성명을 내고 "여러분의 도움과 사랑, 친절 덕분에 우리는 이 놀라운 고양이 친구와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됐다"며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해 큰 목소리를 낸 런던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얼마나 감사한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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