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뛰는데 갑자기 뻥'…골프공에 얼굴 맞은 참가자들

골프장 측, 사고 사실 알려도 계속 진행
피해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할 것"

마라톤 경기 참가자들이 골프장 주변 코스를 달리다가 날아온 골프공에 얼굴 등을 맞아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고 19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사진출처=팍사베이

지난 6일 해안도로와 골프장 주변을 도는 10㎞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A(30)씨는 오전 9시 1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모 골프장 주변을 달리다가 갑자기 날아온 골프공에 얼굴을 맞았다.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질 정도로 턱과 뺨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또 다른 남성 참가자 역시 골프공에 얼굴 부위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많은 사람으로 정체된 구간에서 뛰고 있는데 갑자기 '뻥'하는 큰 소리가 났다.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사고 이후 골프장 측에 연락했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골프를 진행했다. 추가로 골프공에 맞은 사람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현재 A씨는 턱과 치아에 통증이 심하고 얼굴 뺨 부위에 딱딱한 혈전이 잡히는 상황이다.

A씨는 "당일 참가자 중 어린이도 많았고 유모차와 같이 달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면서 "1만3000명이 달리는 마라톤이 주변에서 열리는데 전혀 안전관리를 하지 않은 골프장 측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알렸다. 최근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조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골프장 측에 사고 시간대 골프를 친 고객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경찰서에 찾아와 상담했으며, 사건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사고 지점을 비추는 폐쇄회로(CC) TV가 없어 사고를 낸 고객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2명에 대해서는 보험사를 통해 최대한 보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고객들에게 마라톤대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드라이버'를 칠 때 주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고객의) 슬라이스(볼이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구질)로 인해 타구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을 친 사람을 확인해달라는 피해자 측 요청이 있었지만, 당일 8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다른 팀이 게임을 진행해 고객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초보 골퍼의 골칫거리인 슬라이스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또 있다.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도 골프를 치다 슬라이스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해 3년간 법정 다툼에 휩싸였다. 지난 2021년 11월 14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티에 공을 올려놓고 처음 시작하는 제1타)을 쳤는데, 공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면서 옆 홀에서 골프를 치던 B씨의 왼쪽 눈을 가격했다.

이 사고로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후유증을 겪고 있는 B씨는 박태환을 과실치상죄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흔한 슬라이스 타구가 나왔을 때 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주의 의무는 골프장 관리 업체와 경기보조원에게 있다"며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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