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정부가 여섯 달 연속으로 내수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기 진단을 내놨다. 물가 안정세 확대와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경기 진단은 지난달과 대동소이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경기 상황에 대해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경기 진단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5월부터 6개월째다. 수출 회복세를 내수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판단을 유지해오던 정부는 5월부터는 '내수도 회복 조짐이 보인다'라고 표현을 바꾸기 시작했고, 소비 등 지표 부진 등을 의식해 8월부터는 '완만한'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물가에 대한 진단은 '물가 안정세 확대'라고 평가해 지난달과 동일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6% 오르는 데 그쳐 2021년 2월(1.4%) 이후 4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42개월 만이다. 중동 지역 분쟁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2년 6.3%까지 치솟은 뒤 장기간 이어지던 고물가 흐름이 안정권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내수 낙관론의 근거로 설비투자, 서비스업을 들었다. 지난 8월 설비투자는 항공기 수입 등 운송장비와 기계류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5.4% 줄어들긴 했지만 7~8월 전체로 보면 증가세(8.4%)를 기록했다. 8월 서비스업은 전월보다 0.2%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수출경기 호조가 기업실적 개선, 설비투자 확대, 실질소득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회복 경로에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좋아지기 시작한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에서 '견조한'이라는 표현은 뺐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진단은 다른 기관들의 평가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내수 부진'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해 올해 내내 '회복 지연(1월)' '회복 지체(4월)' '미약(8월)' 등 부정적 진단을 내렸다.
KDI는 지난 10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내수 회복 지연의 배경으로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지난 8월 건설기성(불변)은 1년 전보다 9.0% 줄어 전월(-5.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수주 부진이 누적되면서 건축부문 투자 감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대비 줄줄이 낮춘 데 이어 지난달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