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휩쓴 AI 연구…'AI 대세 실감, AI가 노벨상 받는 날 온다'

AI 연구진, 노벨물리학상·화학상 수상
"과학 연구 패러다임 전환 인정받아"
"AI 대세 확인…韓 노벨상 길 열린다"

인공지능(AI)이 올해 노벨 과학상을 휩쓸면서 과학계와 산업계가 뜨겁다. AI가 대세로 떠오른 것을 실감한다는 반응을 넘어 AI 연구자가 아닌 AI 자체가 노벨상을 받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AI 대세론을 재확인한 만큼 한국에서도 AI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박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는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머신러닝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과학 분야 노벨상 3분야(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중 2건을 AI 연구가 휩쓴 것이다.

베이커 교수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AI인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개발했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박사는 또 다른 단백질 구조 예측·설계 AI '알파폴드'를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AI는 수백 년이 걸릴 단백질 구조 예측을 대폭 단축해 신약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홉필드 교수와 힌턴 교수는 AI 학습의 기본이 되는 인공 신경망 원리와 딥 러닝을 처음으로 고안한 인물이다. 인간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데이터 학습에 적용해 오늘날 생성형 AI 기술의 토대가 됐다.

과학계에선 파격적인 수상에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알파폴드는 2020년 논문이 나온 지 4년 만에 허사비스 CEO에게 노벨상을 안겨줬다. 실제 연구가 이뤄진 시점에서 20~30년은 지나야 성과를 인정받는 노벨상의 관행을 깬 것이다. 안현철 국민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신약 개발 시 후보 물질을 찾는 게 어려운데 AI로 인해 이 과정이 훨씬 짧아졌다"며 "연구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점을 노벨상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AI가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AI 자체가 노벨상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부 명예교수는 "AI로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지고 증명되는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AI에 노벨상을 줘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에선 AI 대세론을 인정받았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I가 상상보다 빠르게 우리 생활 모든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은 AI를 하는 모든 분들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김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는 "보수적인 과학계가 AI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AI 거품론에 대한 시장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러 평가를 거치며 AI 산업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AI 영향력을 인정받은 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과학계에선 한국도 노벨상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벨상 불모지'였던 한국도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AI가 연구 속도를 앞당기며 허사비스 CEO는 30대에 노벨상을 타는 성과를 냈다.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도 2021년 단백질 구조 해독을 위한 '로제타폴드'를 내놓은 뒤 2022년 원하는 대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AI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공개했다. 불과 3~4년 만의 연구에 노벨위원회가 힘을 실어준 것이다. 베이커 교수의 연구실에서 활동했고 '로제타폴드' 논문의 제1저자인 백민경 서울대 교수는 "AI를 도입하면서 연구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면서 "그러나 학내에서는 AI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업계에서도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인재 등 절대적인 리소스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정부와 민간 협력이 필수"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AI의 가능성과 위험에 대한 연구, 투자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산업IT부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산업IT부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산업IT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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