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PF 부실 전방위 관리…금감원, 금융권 'PF 인력' 검사 착수

5년간 경력직 채용 기록 전수조사 마쳐
위규 행위 가능성 있는 금융사 위주 검사
임원 우회 채용 의혹도 포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구조조정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PF 부실을 야기한 구조적인 원인 등을 파악하고자 금융사의 인력 관리 실태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무리한 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정밀 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유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자산운용사의 최근 5개년 PF 위주 대체투자 부문 경력직 채용 현황에 대한 전수점검을 끝내고 지난달 30일부터 검사에 들어갔다. 전수점검 결과 특이점이 확인된 일부 금융사를 대상으로는 책임 임원과 비대면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징계 이력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 임원으로 채용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일부 금융사에서 이를 우회하여 채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수 점검 결과 채용 관련 위규 행위가 있을 개연성이 있는 회사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회사 등을 중심으로 이번 주부터 서면 검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는 PF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특정 회사에서 징계받은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 일한 내역을 파악하고 있다"며 "징계 전력자가 많은 금융사는 어디인지 등 현황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전수점검과 검사는 대체투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PF에서 반복적으로 부실이 발생하고 있고, 제2금융권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의 부동산 PF 경·공매 실적 점검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강화하는 등 PF 리스크 관리에 다각도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신용도 하락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증권사 부동산 PF 중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36%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대비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잔액 규모만 3조2000억원에 달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징계 이력이 있는 경력자 채용 현황과 담당 업무 등에 대해서도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전수 점검했다. 이에 더해 대체투자 부문 경력자만 따로 떼어 보겠다는 결정은 최근 금융권 전반을 흔들고 있는 PF 부실 사태의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전방위적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점검의 목적과 관련, 직접적인 제재보다는 현황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기초 자료 수집에 있지만, 결과에 따라 특정 회사나 부서에 대한 추가 감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검사가 본격화된 배경으로 한양증권 사례를 지목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에서 PF 관련 사익 추구로 검찰 통보된 이력이 있는 인력이 한양증권으로 이동한 사실을 당국이 확인하게 된 경우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나 사례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례들이 전반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이번 조사가 PF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관리 의지로 보고 금감원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PF를 포함한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감독 강화는 물론 인력 채용·관리 체계와 관련한 내부통제 강화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부실 문제가 단순히 금융 상품의 문제를 넘어 인력 관리 차원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PF 리스크 관리가 금융사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인력 관리에서도 보다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금융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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