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후조리원서 '분유동냥'…생후 40일 아기에 먹인 경찰관들

아기 안고 횡설수설하던 女
산후조리원에 도움 요청…기저귀·분유 받아
안 경장 "아들 신생아 시절 생각나"

관수파출소 경찰관들이 산후조리원의 도움을 받아 신생아를 보살핀 후 가족에게 안전히 인계했다. [출처=종로경찰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경찰이 생후 40일 된 아기를 안고 배회 중이던 20대 여성을 보호 조치했다.

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새벽 2시 30분경 "종로구에 있는 20대 여성을 보호 조치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임현호 관수파출소 경위는 아기를 안은 채 노상에서 혼잣말로 횡설수설하는 20대 여성 A씨를 발견했다. 여성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 차려보니 여기에 있었다", "현재 정신과 약을 복용 중" 등의 말을 하며 좋지 않은 상태를 보였다.

이에 임 경위는 A씨와 아기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데려왔다. 아기는 탈수 증세를 보였으나, A씨는 모유 수유를 못 하겠다며 거절했다. 직원들은 A씨와 대화를 나눈 끝에 오랜 시간 수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자 안경수 경장이 기지를 발휘해 인근 산후조리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들은 조리원 측은 흔쾌히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했고, 이를 받아온 경찰관들이 직접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 아기에게 먹였다. 이후 연락을 받고 찾아온 가족에게 A씨와 아기를 안전하게 인계했다.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안 경장은 "우리 아들이 신생아일 때가 생각나서 더 마음이 갔다"며 "새벽 시간임에도 연락을 받고 흔쾌히 도와준 조리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