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의 1조 고금리 회사채 발행도 배임'

3%대 채권 발행 가능한데 7%대 사채 조달
차입금 1조 늘고 이자비용 300억~400억 허공에 날려
고리 급전 마련에 합당한 이유 없어
주총 결의 없이 한도 넘는 자사주 매입 결정도 불법
자사주 매입 중단 '가처분' 신청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용으로 발행하는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3%대 자금 조달이 가능한 고려아연이 사업상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위해 7%대의 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사회가 법정한도 568억원을 넘어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는 1년으로 금리는 7%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 수년 내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어음(CP) 자금조달 이력이 없는 고려아연이 갑자기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업계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사회의 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IB부문 고위 임원은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은 AA+인 우량 등급으로 시장에서 공모채를 발행할 경우 3% 초반 수준에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면서 "회사가 사업상 급한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고금리 사모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사회의 배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MBK측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사회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최대한 이자 비용을 낮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도 300억~400억원의 이자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명백한 배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려고 회사에 불필요한 손실을 끼쳤다는 평가다.

또 고려아연이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조달한 자금을 모두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상법상 이사회 결정만으로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한도는 58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은 별도의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분석이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3월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별도 기준으로 2693억원만을 차기이월 이익잉여금으로 남겼다. 이는 처분전이익잉여금 6259억원에서 이익준비금, 해외투자적립금, 현금배당 등으로 3566억원을 처분한 나머지 금액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대 한도다. 이 중 중간배당과 자사주 신탁계약 등으로 사용한 금액을 차감하면 현재 남은 한도는 586억원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정관 규정을 통해 이익잉여금 처분 시 임의적립금을 별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십년 간 관행적으로 영업이익의 일부를 해외투자적립금 및 자원사업투자적립금으로 적립했다. 누적 적립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조4140억원(해외투자적립금), 3조2200억원(자원사업투자적립금)에 달한다.

MBK측 관계자는 "한도를 초과해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 임의적립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사회 결정만으로 임의적립금을 배당과 자사주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이사진이 배임과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공개매수로 인해 높아진 주가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위배되는 업무상 배임"이라며 "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러 의사결정을 하면서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의사결정이 나오는 배경에는 최 회장 자체적으로 충분한 경영권 방어용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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