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이경민 씨(35)는 배달 앱을 통해 바르다김선생 김밥을 주문하려다 매장에서 먹었을 때와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늘 먹던 참치김밥과 키토 김밥 등이 배달앱에서는 500원 정도 더 비쌌다. 덮밥과 이것저것 담다 보니 3000~4000원 차이가 훌쩍 났다. 주문 시 점원에게 물어보니 "수수료가 붙어서 그렇다"고 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무료배달'을 내세우는 곳이 많다. 하지만 '무료배달'이라고 하면서 매장보다 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곳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배달앱에서 본 메뉴 가격이 매장가격과 다르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정확한 금액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매장과 배달 앱 내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직접 KFC 매장에 가봤다. 징거세트는 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달 앱에서는 세트당 8400원이다. 치킨 가격도 다르다. 매장에서는 갓양념통다리 3조각이 1만200원, 5조각은 1만6700원, 8조각은 2만54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배달앱에서는 각각 1만800원, 1만7700원, 2만7000원으로 더 비싸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를 방문해 보니 탄단지 샐러드, 콥샐러드를 각각 8600원, 8900원에 판매 중이다. 배달앱을 살펴보면 각각 9500원, 9800원이다. 웜볼(포케) 가격도 상이했다. 매장에서는 86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우삼겹 웜볼을 배달앱에서는 9500원에 판매 중이다. 머쉬룸두부 웜볼도 매장에서는 8900원, 배달앱에서는 9800원을 내야 한다.
분식 프랜차이즈들도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3500원에 먹을 수 있는 싸다김밥이 배달앱에서는 4000원이다. 국물떡볶이, 치즈떡볶이도 매장에서는 각각 5500원, 70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면 각각 6000원, 7500원이다. 바르다김선생 매장에서 6300원에 먹을 수 있는 참치김밥도 배달앱에서는 6800원이다. 갈비만두는 매장가 5800원, 배달앱 가격은 6300원이다. 메뉴 하나 구매하면 500원 차이지만, 이것저것 담다 보면 3000~4000원 차이가 금방 났다.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의 몇몇 음료도 배달앱에서는 가격이 올라간다. 아메리카노(2000원)처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는 메뉴도 있지만, 3000원, 3500원에 마실 수 있는 복숭아아이스티, 사과유자차를 배달앱을 통해 구매한다면 500원 비싼 가격, 각각 3500원, 4000원에 사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메뉴 1061개 중 절반인 529개(51%) 배달 가격이 매장에서 먹을 때보다 비쌌다. 분식점 12곳,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8곳 등 조사한 곳의 80%(20개) 음식점이 이중가격제를 적용해 메뉴당 620원~4500원 정도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체들은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배달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입 모은다. 배달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과 쿠팡이츠에 주문 중개 이용료(중개 수수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달한다.
취재중 만난 한 치킨집 사장은 "배달 요금이 건당 4000~5000원, 비 오는 날은 최대 1만원까지 한다"라며 "배달앱 수수료(9.8%)까지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중가격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도 했다. KFC도 이중가격제에 대해 배달 시장 환경 변화와 수수료 때문이라고 했다. KFC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 포장재를 포함한 원부자재 등의 비용 상승 등이 이유"라며 "안정적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달 전용 판매가를 별도로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도 이중가격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격은 소비자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정보"라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배달 앱과 매장가가 다르다'는 내용 정도는 공지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