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물 당근합니다'…역대 대통령 '추석 선물' 어땠을까

역대 대통령 추석 명절 선물세트
전국 특산품에 지역 화합 담는 관행 시작한 盧
尹, 중고거래·불교계 십자가그림 전달로 구설도

추석 연휴에 윤석열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세트가 주목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사회 각계각층에 전달하는 명절 선물 세트에 지역 특산품을 고루 구성해 특산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통·화합 메시지를 담아왔다. 다만 대통령의 선물인 만큼 받는 대상과 구성품에 관심이 쏠리면서 구설에 휘말리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을 맞아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 계층 및 체코 원전 수주 유공자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이 지난 4일 알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산품으로 지역화합 메시지…김영란법 이후 선물 단가 낮아져

대통령 명절 선물에 '지역 화합' 메시지를 담는 관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임기 첫해 추석 선물로 복분자주(지리산)·한과(경남 합천군) 등을 준비했는데, 당시 청와대는 "호남과 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명절 선물세트에 각 지역의 특산품을 함께 담는 구성을 유지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각자의 고향에서 난 특산품을 선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의 김·한과·녹차 등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산 멸치를 임기 내내 선물했다. 문민정부 이전에는 격려금(노태우 전 대통령), 인삼(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보내졌으며, 정치인 등 제한적인 대상만 선물 수령 리스트에 올랐다.

매해 명절 선물 세트에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함께 구성한 것도 노 전 대통령의 특징이다. 전국 9개 지역의 전통차와 다기 세트를 보낸 2006년 추석을 제외하면, ▲2004년 한산 소곡주(충남 서천군) ▲2005년 문배주(평안도 지방 소주) ▲2007년 이강주(전북 전주시) 등 전국의 전통주를 지역 특산품과 함께 선물했다.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선물 중 9번에 민속주가 들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전국 각 지역의 농특산물을 애용했다. 2008년 추석에는 황태(강원도 인제군), 대추(충남 논산시), 김(전북 부안군), 멸치(경남 통영시)를 보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1년 추석에는 강원 평창의 황태채를 멸치(경남 사천시·전남 여수시)와 함께 구성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3년 추석 선물로는 들기름(강원 횡성군)과 햅쌀(경기 여주), 표고버섯(충남 부여군), 참기름(경북 예천군), 흑미(전남 진도군)를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육포와 잣을 애용해왔다. 취임 첫해인 2013년 추석 때 찹쌀·잣·육포 세트, 이듬해 추석엔 대추·잣·육포 세트를 선물했다. 이후 추석엔 ▲2015년 흑미(전남 진도군)·찰기장(제주)·햅쌀(경기 여주시) ▲2016년 대추(경북 경산시)·햅쌀(경기 여주시)·육포(전남 장흥군) 등을 담았다. 불교계에는 살생을 금하는 교리를 고려해 육포 대신 호두가 전달됐다. 2016년 김영란법이 도입되면서 이때부터 대통령 명절 선물의 단가도 법 취지에 따라 낮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달한 선물세트. 추석 선물은 충주의 청명주(또는 꿀)와 팔도쌀 등 지역 특산물로 구성되었으며 선물 포장은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미지제공=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번 콘셉트를 달리했다. 선물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사회적 배려계층, 독거노인 등에게 전달됐는데, 시기에 따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이나 구제역 등 전염성질병 방제 활동 참여자, 코로나19 관련 의료진도 포함됐다. 임기 첫해 2017년 추석엔 햅쌀(경기 이천시), 잣(강원 평창군), 참깨(경북 예천군), 피호두(충북 영동군), 흑미(전남 진도군) 등을 선물로 낙점했다.

2018년 추석에는 오메기술(제주), 부지갱이(경북 울릉도), 멸치(전남 완도군), 섬고사리(경남 남해도), 홍새우(인천 강화도)를 택했다. 2019년 추석엔 소곡주(충남 서천군), 미역(부산 기장군), 땅콩(전북 고창군), 곤드레나물(강원 정선군), 2020년 추석엔 대잎술(전남 담양군), 홍삼 양갱(충북), 건취나물(강원), 표고채(경남 거제시), 건고사리(제주) 등으로 선물을 구성했다. 임기 마지막 추석인 2021년 9월에는 청명주(충북 충주시)와 팔도 쌀을 함께 보냈다.

尹 대통령, 올해 추석 화장품 선물 세트로 'K-뷰티' 홍보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첫해 홍삼양갱(경기 파주시)·볶음 서리태(강원 원주시)·맛밤(충남 공주시)·오미자청(전북 장수군)·매실청(전남 순천시)·대추칩(경북 경산시)으로 구성한 선물 세트를 각계 원로, 호국영웅 등 1만3000명에게 전달했다. 올해 추석 선물은 도라지약주(경남 진주시)·유자약주(경남 거제시)·사과고추장(충북 보은군)·배잼(울산 울주군)·양파잼(전남 무안군)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에는 'K뷰티 산업'의 저력을 알리기 위한 화장품 세트가 새로 포함됐다. 오얏핸드워시·매화핸드크림(전남 담양군)·청귤핸드크림(제주 서귀포시)·사과립밤(경북 청송군)·앵두립밤(경기 가평군) 등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추석을 맞아 준비한 추석을 맞아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 계층 및 체코 원전 수주 유공자 등 각계 인사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이 4일 알렸다. 특히 불교계 등을 위해서는 오미자청(경북 문경), 매실청(전남, 광양), 잣(강원 평창·홍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화장품 세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2024.9.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그 화제성만큼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해엔 선물을 보낸 대상이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다. 2022년 추석 당시 대통령실은 제복 영웅과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종교계, 각계 원로 등에 선물을 보냈다고 밝혔는데,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등 일부 보수 유튜버도 선물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적절성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김 대표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받은 설 선물을 개봉하기도 했다.

특히 구설에 오른 것은 지난해 설을 맞아 윤 대통령이 보낸 선물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통주, 잣, 유자청, 소고기 육포 등 선물 세트를 준비했는데, 이후 이 선물이 중고장터 사이트에서 20만~30만 선에서 거래돼 논란이 됐다. 선물상자에 동봉돼있던 그림이 '종교 편향'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환자들이 소록도의 풍경을 그린 것이었는데, 십자가·묵주·성당 등이 그려진 그림이 불교계에도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이후 대통령실은 선물을 회수한 후 재발송했다.

기획취재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