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세계 최대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가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모처럼 시장이 환호했다. 일찌감치 AI 기술을 도입한 세일즈포스는 앞서 1분기 실적 쇼크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았었다. 이번 호실적으로 AI 수익성을 둘러싼 성장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세일즈포스는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 후 발표한 2025년 회계연도 2분기(2024년 4~6월) 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9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석가 예측치 92억3000만달러를 웃도는 매출이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 역시 2.56달러로 예측치 2.35달러를 상회했다.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올해 매출 전망은 기존 377억달러에서 380억달러로, EPS는 9.94달러에서 10.03~10.11달러로 높아졌다. 에이미 위버 세일즈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있는 성장을 계속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분기 운영 마진은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규장을 2%대 하락 마감한 세일즈포스 주가는 호실적에 힘입어 시간외거래에서 4% 안팎 상승세를 나타냈다.
세일즈포스는 기업의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AI 투자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 들어서도 기업 고객들이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 솔루션 ‘아인슈타인’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실적 쇼크 이후 AI 제품 수요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월가에서는 이제 AI 제품이 유의미한 수익성을 창출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세일즈포스의 호실적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누락 라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분석가는 “(AI 투자) 결과가 안정화되고 조금씩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구매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신호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월가 일부에서 제기돼온 이른바 ‘AI 거품론’ 우려를 덜어내는 역할도 했다. 앞서 빅테크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AI 관련 투자가 수요 대비 과도하다는 일종의 거품론이 확산했고, 이는 관련주 급락으로 이어졌었다. 하지만 빅테크들이 AI 투자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러한 거품론이 과도하다는 반박도 잇따랐다. 같은 날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역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을 공개했다.
한편, 세일즈포스는 이날 위버 CFO의 사임도 발표했다. 이유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위버 CEO는 “세일즈포스에서 보낸 시간은 놀라운 여정이었고 재능 있고 헌신적인 팀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위버 CFO가 세일즈포스에서 전례 없는 마진을 냈고 재무 규율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차기 CFO가 지명되면 위버 CFO는 세일즈포스 고문으로 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