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 대선후보로 추인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이 선거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27일(현지시간)까지 지난 일주일간 6개의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들의 대체적인 메시지는 ‘해리스 부통령이 중산층·서민층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이점을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공개된 선거 광고는 고물가에 시름하는 미국인들을 겨냥했다. 영상이 해리스 부통령의 가족 사진을 조명하는 동안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에서 자랐고 워킹맘의 딸이었으며, 학위를 받는 동안 맥도날드에서 일했다”라는 내래이션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이 맥도날드에서 일했다는 것은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이라며 “미국인 8명 중 1명이 일생 중 한 번은 맥도날드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산층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광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어머니가 집을 사기 위해 10년 넘게 저축한 일화를 공개하고는 “저는 내 집 마련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어 “슬프게도 지금은 너무 많은 미국 가정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20개 도시 주택가격을 취합한 6월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해 사상 최고가를 썼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다면 기업형 임대주를 단속하고 300만 개의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회’라는 주제의 선거 광고에서 “내가 자란 가정과 같은 중산층 가정은 더 낮은 가격·세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정치가 아닌 미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 시 식료품값 인상 금지 조치, 자녀세액공제(CTC) 확대 등 서민 표심을 겨냥한 공약을 최근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다른 광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억만장자와 대기업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저는 노동계층과 중산층 미국인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끝맺었다.
다섯 번째로 소개할 광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건강보험과 약값을 낮추는 정책을 조명하고 “인슐린 처방은 이제 노인의 경우 35달러로 제한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기지금리, 임대료, 식료품 가격, 각종 공과금 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선거광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의 정치적 약점인 이민 문제에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캘리포니아주 검사 재임 시절 국경 보안에 집중했던 강경한 검사였다는 것을 부각한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 때 의회에서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의를 무산시켰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캠프 측의 이 같은 광고를 두고 “해리스 부통령을 대기업과 억만장자에 맞설 중산층의 투사로 부각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를 이루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셉 매카틴 조지타운대 역사학 교수는 WP에 “미국 사회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급증한 만큼 이번 선거의 경우 계층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모어퍼펙트유니언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요 주 유권자 80%는 “대기업이 너무 강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응답자 대다수는 물가 상승에 대해 “기업의 탐욕”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한편 해리스 캠프 측은 이달 선거 광고에 1억5000만달러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해리스 캠프 측은 9월 첫째 월요일 노동절과 11월 대선 사이에 3억7000만달러 상당을 광고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