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증권사 '부동산 PF시장, 내년 하반기 이후 반등 전망'

주요 증권사 10곳 설문조사 진행
2025년 하반기 예상, 10곳 중 3곳 최다
금리 인하·부동산 안정 필요 우선

시장에선 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 비교해 덜 심각하거나 비슷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우려로 자금 경색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보다는 우려가 덜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국내 부동산 PF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충분히 낮은 금리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정부 역시 정체된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부실사업장 정상화 과정에서 민간자본 유입을 위한 추가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22년보다는 덜 심각…반등은 2025년 이후

27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尹정부 자본시장 정책' 설문조사 결과, 현재 부동산 PF 위기에 대해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 비교해서는 '덜 심각하다(5곳)'와 '비슷하다(5곳)'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당시 강원도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이 춘천 레고랜드를 건설하기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채권시장에선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가 2009년 1월 이후 최초로 4%를 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으며 긴급히 진화에 나선 덕분에 시장 경색이 일단락됐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반등 시점으로는 증권사 10곳 중 3곳이 2025년 하반기를 점쳤다. 더 빠르게는 2025년 상반기(2곳)가 언급되기도 했으나 2026년 상반기(1곳)와 2026년 하반기(2곳)로 업계 의견이 분산됐다. 이마저도 시장금리가 충분히 낮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아야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현재 부동산 지표는 서울·지방을 경계로 엇갈린 상태다.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37가구로 지난 5월보다 1908가구 늘어 7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3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은 6150건을 기록했다. 최희문 메리츠금융지주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부동산 PF 시장 반등 조건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반등 기운이 지방으로 확산해 미분양 물량이 해결되고, 주요 건설사들이 자금 사정 개선으로 신규 분양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은 바 있다.

금리 인하 필요성이 언급되는 배경은 치솟은 금융·공사비용과 관련이 깊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02(2020년 100 기준)로 잠정집계됐다. 2020년 말 102.04에서 3년 만에 27.4%나 뛰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은은 지난 22일 국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고수했다. 작년 2월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 조치다. 다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책 인센티브로는 정비사업 사업성 제고 등 촉구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PF 시장 구조개선 과정에서 부실 PF 사업장이 빨리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한 증권사는 "부동산 정비사업 사업성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 진행이 멈춰진 정비사업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자금이 묶여있는 상황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증권사도 "부실 PF의 빠른 정리와 정상화 속도에 따른 다양한 혜택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곳과 부족한 곳 등 2가지로 분류한다. 부동산 PF 자금 순환을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은 시행사·시공사·금융회사 등 PF 시장참여자가 스스로 재구조화·정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금융권이 부실사업장을 조기에 정리하는 기업이 신규 사업장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신규 사업장도 모두 민간 사업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특정 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부실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 과정에서 부실채권 인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에 돌아가는 이익이 늘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 증권사는 "PF 정상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자본 제공자인 금융권에 공유해야 PF 사업장이 원활하게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되려면 기존 고정 이자 수취가 가능한 중·후순위 대출 이상의 이익 배분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정부 정책상 어떤 인센티브도 필요하지 않다는 소신론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시장 상황을 보되, 현재까지는 어떤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증권자본시장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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