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커피로 친구 살해…넷플릭스 다큐 주인공 8년 만에 가석방

제시카 웡소, 징역 20년형 받고 8년간 복역
계속 무죄 주장…명확한 살인 증거 없어 논란

2016년 1월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이른바 '커피 킬러' 사건의 범인 제시카 웡소(35)가 복역 8년여 만에 가석방됐다. 이 사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현지 일간 콤파스 등을 인용해 웡소가 지난 18일 수감 중이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부 폰독 밤부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출소 후 웡소는 교도소 앞에서 기자들에게" 배고프다"며 "신선한 음료수와 초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이스 콜드'.[이미지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웡소는 2016년 1월 6일 대낮에 자카르타 시내 한 고급 커피숍에서 친구 와얀 미르나 살리힌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는 웡소가 수감 기간 다른 수감자를 상대로 영어와 요가를 가르치는 등 성실한 태도를 보여 총 58개월 30일의 감형을 받은 뒤 가석방 대상자가 돼 가석방됐다고 설명했다.

웡소와 살리힌은 호주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한 친구 사이였다. 2016년 사건 당시 웡소는 살리힌과의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어 도착한 살리힌은 웡소가 주문한 베트남 커피를 마시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살리힌의 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커피가 발견됐다며 웡소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또 범행 전 살리힌이 웡소에게 돈도 없고 마약을 하는 남자와 왜 만나냐며 헤어지라고 말했으며, 살리힌이 2015년 있었던 자신의 결혼식에 웡소를 초대하지 않아 원한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웡소 측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고, 웡소가 커피에 청산가리를 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나 관련 영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유가족 반대로 살리힌에 대한 전체 부검이 실시되지 않은 데다 검출된 청산가리는 치사량(180㎎)에 한참 못 미치는 극히 일부(0.2㎎)였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웡소 측 변호인은 비록 그가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무죄라고 믿는다며 재심 신청 등 사법적 대응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이 사건은 재판 과정이 생중계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현지 검찰과 재판부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웡소를 범인으로 몰아가 비난받았다. 검찰은 관상 연구가를 데려와 관상학적으로 볼 때 웡소가 질투심이 많은 얼굴이라고 주장했으며, 재판부도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웡소가 범인이라고 판단했다. 웡소 또한 재판 과정 내내 미소를 띠고 환하게 웃기도 하는 등의 지나치게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여 대중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아이스 콜드 : 살인, 커피 그리고 제시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시간 26분 분량의 이 영화는 작품 설명에서 "미르나 살리힌이 세상을 떠나고 수년이 지난 후, 미르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 제시카 웡소의 재판을 둘러싸고 여전히 남아 있는 여러 의문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라고 밝히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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