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주소은기자
경남 의령군의회가 후반기 의장선출을 위한 원 구성 과정에서 동료 의원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역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의령군의회는 갑질·막말, 직원 승진 인사, 추경안 삭감 등으로 집행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후반기의장 선출을 두고 전체 의원 10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이 임시회를 보이콧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원 구성이 무산됐다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A 의원이 참석해 극적으로 의장선거가 진행됐다.
이날 의장에는 무소속 김규찬 의원이 부의장에는 오민자 의원, 조순종 의원(운영위원장), 황성철 의원(자치행정위원장), 김창호 의원(산업건설위원장)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무소속이다.
의장선거는 무난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의회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무소속 B 의원 등이 A 의원을 협박해 강제로 의장선거 원 구성에 합류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무소속 의장선출에 반기를 들고 전면에 나섰던 A 의원이 돌연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 해당 행위를 하면서까지 원 구성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4일과 5일, 1박 2일 일정으로 김규찬 의장을 제외한 9명의 의령군의원들은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했다.
첫날 안보 교육을 마친 국민의힘 A 의원은 무소속 B 의원이 권유해 단둘이 인근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질펀하게 마시고 숙소가 아닌 모텔에서 잠을 잤다. 이날 행적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설왕설래하며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등 후반기 원 구성에 결정적인 작용이 미쳤다는 여론이다.
이날 술자리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B 의원의 연락으로 뒤늦게 합류한 C 의원과 D 의원 4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와 관련, A 의원이 수개월 전 이상한 사진을 받고 협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 의원이 무소속 의원들의 협박으로 원 구성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국민의힘 소속 4명 의원들은 “A 의원이 원 구성 전날(지난달 29일)까지 우리들과 함께 했고, 이날 오후 잠깐 의회 앞 전기차 충전소 근처에서 무소속 의원들과 만나고 난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 한 지상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A 의원은 김규찬 의장이 다시 의장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제주도 사건 아니고는 설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협박한 의혹을 받는 무소속 B 의원의 주장은 동행했던 의원들과는 달랐다.
B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원 구성에 A 의원을 협박하고 공작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다”며 “술자리는 제주도로 가기 전 이미 4명의 의원이 약속돼 있었던 것으로 A 의원과 단둘이 술집으로 간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B 의원은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어 “당시 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해 술집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여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이후 사정은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A 의원도 협박받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A 의원은 “B 의원이 단둘이 술을 마시자고 해 B 의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주점에 가서 접대부들과 술을 마셨다”며 “당시 과음으로 기억은 나지 않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모텔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한 사진으로 협박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의회 정상화를 위해 동료 의원들의 뜻을 거스르고 해당 행위까지 하며 독단적인 행동을 펼친 것”이라고 원 구성 참여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인근 시군까지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은 무소속 B 의원이 A 의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사전 기획 공작했다는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