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서울 강북구 주민들이 가장 큰 불편으로 꼽는 게 교통 문제다. 강북구 서북쪽으로는 북한산이 구 전체면적의 50%가량을 차지한다. 동쪽 번 2·3동에는 해발 123m 높이의 오패산과 북서울꿈의숲이 있는데 이로 인해 강북구의 거주 지형은 남북 방향으로 길고, 주요 교통망인 지하철 4호선,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남북 방향으로만 뻗어 있다.
인접한 동쪽 노원구나 동남쪽 성북구 장위동, 중랑구 방향으로 가려고 해도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북한산에 막혔으니 서쪽 교통은 당연히 좋지 않다. 여의도나 서초로 가려면 도심을 관통해야 한다. 일자리가 많은 강남 코엑스나 잠실 방향으로 나가려 해도 도심을 거쳐 버스와 지하철을 서너번씩은 갈아타야 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이런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역시 1991년부터 34년째 강북구에 사는 반(半)토박이다. 그래서 구청장이 되자마자 팔을 걷어붙여 추진한 게 ‘신강북선 신설’이다. 지난달 26일 강북구청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강북구는 서울에서 교통 면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이라며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환승역도 없고, 가까운 거리를 빙 돌아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신강북선은 경전철 우이신설선 4·19민주묘역에서 출발해 7호선 상봉역까지 총 9.73㎞ 구간을 잇는 경전철이다. 강북구 북쪽 우이신설선에서 출발해 4호선과 동북선, 1호선, 경의중앙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7호선 등 9개 정거장이 총 7개 노선을 차례대로 잇는 그야말로 ‘환승 최적화 교통망’이다.
노선의 특징은 명확하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강북구를 동서로 관통하고, 성북구 동부, 동대문구 북부를 이어 강남 방향 접근성을 개선하고, 돌아가지 않고 질러가도록 교통의 숨구멍을 틔우자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신강북선이 꼭 필요한 이유를 네 가지로 꼽았다. 그는 "교통이 편리해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많아야 도시가 발전하는데 강북구 일대는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지역경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있다"고 했다.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교통 인프라 개선은 절실하다. 수유동, 번동 등 강북구 일대와 성북구 장위뉴타운, 동대문구 이문동 등 4만가구 이상의 대규모 재개발로 인구와 교통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연간 방문객 1000만명 중 700만명이 강북구를 통해 산을 오른다는 점도 주목해 달라고 했다. 강남북 균형발전, 교통격차 해소는 이성적 이유면서도 평등권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이 구청장은 "강남의 촘촘한 전철망 숫자를 굳이 강북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두 납득할 만한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북구는 ‘(가칭)신강북선 도시철도 노선 검토요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일단 칼자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쥐고 있다. 서울시가 올 연말까지 관련 내용을 검토해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 변경 계획에 신강북선 추진 계획을 반영하면 신강북선은 기획재정부의 노선별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 ‘본 게임’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이 구청장은 "우리 구 자체 용역의 경제성 분석 결과 기준은 이미 충족했다"면서도 "도시철도망은 경제성 논리뿐 아니라 강남북 균형발전, 교통복지 차원에서 함께 봐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이 구청장은 이와 함께 ‘웰니스 관광 육성’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지난 6월 서울시가 '북한산 고도 제한 개발 규제'를 완화해 준 덕에 이 일대 개발 여건이 좋아졌다. 그중 정비사업 경쟁력이 낮은 곳에서는 치유의 숲, 한달살이, 타운하우스 조성과 같은 사업화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이 구청장은 "국립공원인 북한산과 북서울꿈의숲, 우이천 등은 도시에서는 드문 독보적인 천혜의 자연 여건"이라며 "방문, 체류, 정주로 발전시켜 관광 자원화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서울의 경쟁력 확보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