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대표팀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하준-금지현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금메달 결정전에서 성리하오-황위팅(중국)을 상대로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 점수 12-16으로 아쉽게 졌다. 공기소총 혼성 금메달 결정전은 한 발씩 사격한 뒤 남녀 선수 점수를 합산해 점수가 높은 쪽이 승점 2를 가져가는 승점제 경기다. 패한 쪽은 승점을 얻지 못하고, 동점일 경우 각각 1점씩 나눈다. 이렇게 해서 먼저 승점 16에 도달한 팀이 승리를 가져간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먼저 승점 2를 얻었으나 이후 세 라운드를 내리 중국에 내줬다. 이후 한국은 5라운드 합계 20.8점으로 20.7점의 중국을 제쳤으나 6라운드를 놓치고 다시 7라운드를 가져와 6-8까지 추격했다. 다시 내리 두 라운드를 잃어 6-12로 간격을 벌렸던 한국은 10라운드를 이겨 다시 격차를 승점 4로 좁혔으나 11라운드를 잃어 10-14로 뒤처져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후 두 라운드 연속으로 이겨 12-14까지 따라잡았으나 마지막 라운드가 된 13라운드에서 중국이 21.5점으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사격을 해 한국은 21.1점으로 좋은 점수를 냈음에도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2000년생 동갑이다. 박하준은 사격 집안의 막내이며, 금지현은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이 있는 '엄마 사수'다.
3남 1녀의 막내인 박하준은 사격 선수로 활약 중인 셋째 누나인 박하향기(정선군청)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기량을 키운 박하준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한국 남자 소총 일인자로 등극했다. 올해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창원시장배 대회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본 박하준의 아버지 박종균 씨와 어머니 조영자 씨는 값진 은메달을 딴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하준의 부모님은 소속팀 KT를 통해 "하준이가 긴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더 긴장하면서 봤다. 전 세계에 우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값진 결과"라고 칭찬했다. 또 "식당에 축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막내 덕분에 이런 소중한 경험도 하고 정말 자랑스럽다.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현역 사격선수인 누나 박하향기는"동생이 잘 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은메달이라는 뜻깊은 결과까지 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같은 선수로 존경스럽다. 노력한 만큼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금지현은 지난해 5월 딸 출산 후에도 선수로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2022년 10월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 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도 파리 올림픽 출전 쿼터를 확보했다. 출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금지현은 개인 첫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금지현은 대회에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엄마가 못 놀아줘서 미안하지만, 나중에 딸에게 창피한 엄마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금지현은 "금메달 결정전 끝나고는 통화 못 했는데, 본선 끝나고 은메달 확보했을 때는 영상통화 했다. 온 가족이 모여서 다들 울고 있더라. 그 덕분에 기운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남편이 울산에서 딸을 돌봐준 덕분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28일 열리는 공기소총 10m 남녀 개인전에 출전해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