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6대 대통령 조지프 로비네트 바이든 주니어(조 바이든 대통령의 본명)가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서 사퇴했다. 지금부터 11월까지 단 4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거짓 애국심과 힘을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에 무질서, 독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정치의 시대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타심과 용기는 환영받을 만하다. 또한 그 자체로도 위대하다.
이러한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참담한 TV 토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등으로 최근 몇 주간 공화당의 기세에 밀렸던 민주당에 있어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와 정치전략, 대통령의 지지 선언 등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제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전략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조지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마크 켈리 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이 후보로 떠오른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국가적인 양당 분열 속에서 극적인 그림을 원한다면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상상해보라. 전직 검사이자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청문회에서 주목받은 원칙 있는 공화당 리더(체니)가, 탄핵 소추된 중범죄자이자 성범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좀 더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했다. 1년 전에 원활하게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달 TV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지속하기에 너무 노쇠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최근 몇 주에 걸친 설득과 용기 있는 공개 성명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게끔 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첫 TV 토론 이후) 3주라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교훈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직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는 것을 막으면서까지 공화당 지도부보다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함을 보여줬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9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리 불법적이고 극악무도한 죄를 저질러도 매번 이를 묵인하고 굴복해왔다.
정당 대표는 대개 유권자들을 반영한다. 노련한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요구와 감정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유권자가 다른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그들의 원칙을 유지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 사퇴를 촉구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같은 민주당원들은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같은 공화당의 변덕쟁이, 겁쟁이보다 더 책임감 있어 보인다.
지난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사람들은 무대 중앙에 서서 열정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박스석에 앉아 마치 로마 황제가 콜로세움에서 내려다보듯이 그들을 내려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공화당원들도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알고 있었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다른 것을 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더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백악관에 압력을 가했다. 유권자들은 경제 호황, 국가 안보, 시민 사회에 존중을 보여준 대통령을 계속 지지할 의향이 있음을 수차례 보여줬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단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대선 후보직을 지키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았다. 특히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음이 명백해지고, 그의 출마가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낙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이 드러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 가능성에 당황한 공화당 인사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밀워키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행사에서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관련 법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법적 문제 제기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조차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남아있기를 바랐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고문들은 후보직 사퇴를 일축해왔다. 이 경우 올해 초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유권자는 6월 첫 TV 토론을 보지 못했다. 경선 당시 투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보여준다기엔 부정확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무려 52년간 정계에 몸담았다. 대선 하차를 발표한 서한에서 그가 미국인들이 수십년간 보여준 ‘믿음과 신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쓴 것은 진심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결점은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기간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한 명예로운 공직자였다. 이제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횃불을 넘기면서 자신의 정치 경력을 마무리하고 있다. 불안정한 권위주의자이자 노쇠한 사기꾼의 행태를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인물에게 대통령직의 권한과 책임을 맡겨서는 안 된다. 브라보.
티머시 L. 오브라이언 블룸버그 오피니언 수석 편집자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Biden Finally Shows True Leadership in Passing the Torch'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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