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30대 여성 박모씨(가명)는 2022년 9월 울산의 한 술집에서 김모씨(당시 33)를 만났다. 첫 만남에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빠르게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박씨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김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박씨에게 돈을 요구하면서부터였다.
김씨는 자신이 ‘일수 사업’을 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면 투자금의 2배를 돌려주겠다고 박씨를 여러 차례 설득했다. 계속된 요구에 박씨는 처음에는 수십만원, 나중에는 수천만원까지 단 한 달 동안 14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 부족한 돈은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김씨는 박씨에게 대출 이자를 자신이 변제하겠다며 박씨를 꼬드겼다.
그렇게 돈을 받은 김씨는 언제부턴가 박씨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불려주겠다던 투자금은 단 한 푼도 갚지 않은 상태였다. 이상함을 느낀 박씨는 2023년 2월 결국 경찰에 김씨를 신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울산 울주경찰서는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씨가 여러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 도피 행각을 이어가던 박씨는 수사 착수 2개월 만에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현재 철장 신세를 지고 있다.
20대 남성 정모씨(가명)도 2022년 5월 한 동성애 사이트에서 주모씨(23)를 만났다. 비슷한 성향이었던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다. 그리고 주씨 역시 정씨에게 점점 금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주씨가 정씨에게 금전을 요구한 수법은 최근 화제가 된 재벌 행세, 이른바 ‘전청조식’ 사기 행각이었다.
주씨는 “부동산 관련 소송이 걸려 있는데, 그 때문에 스위스의 은행 계좌에 240억원이 묶여 있다”면서 “소송이 해결되면 수십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정씨를 속였다. 그리고 소송 비용, 흥신소 비용 등을 핑계로 정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씨는 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1인 3역을 하기까지 했다.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주씨의 말에 정씨도 순순히 돈을 건넸다. 그렇게 정씨는 주씨에게 모두 77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자신이 모은 돈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심지어 은행에서 빌린 돈까지 모조리 주씨에게 줬다.
하지만 주씨 역시 돈을 뜯어낸 뒤에 점차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씨는 주씨가 줄곧 연락을 피하자 결국 같은 해 9월 부산진경찰서에 주씨를 고소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주씨 역시 자취를 감췄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주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수사 착수 6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광주 동구의 한 월세방에 숨어있던 주씨를 붙잡았다. 대구와 광주, 부산 등 전국을 오가며 경찰 추적을 피했던 주씨의 사기극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