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조율래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사이언스 미디어센터(Science Midea Center·SMC)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MC는 2002년 영국에서 시작돼 호주, 뉴질랜드, 케냐, 대만, 독일, 스페인 등 7개국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 정보 제공 단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과학기술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 객관적인 과학자들의 의견을 신속하게 언론에 전달해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과학창의재단을 중심으로 설립이 추진 중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과학계는 물론 국민들까지 혼란케 했던 'LK-99' 사례를 사이언스 미디어센터가 대응할 수 있었던 예로 제시했다.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이 등장하며 사회·경제적으로 큰 이슈가 됐지만,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주체가 있었다면 혼란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LK99 외에도 과학 이슈가 사회적으로 파문을 불러온 경우는 적지 않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객관적인 과학자들의 의견이 필요하지만, 국민은 물론 언론조차 과학자의 의견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SMC가 설립되면 언론이 연구자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과학기술인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견해를 왜곡 없이 언론과 대중에 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창의재단의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경우 과학 기자뿐 아니라 언론사의 거의 모든 부서에서 취재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했다"면서 센터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갖추고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정부에서 3~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면 내년부터 센터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 금액으로 국가적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면 오히려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게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조 이사장의 의견이다.
센터의 방향성도 특히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SMC가 좌초된 경우다. 조 이사장이 센터 설립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운영을 시작하더라도 이후에는 기부금 등을 통해 독립 운영하는 방식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부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조 이사장은 "센터가 설립되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거버넌스도 투명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이사장은 이런 방향을 통해 센터가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