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 가격이 4개월 만에 8000만원을 밑돌았다. 지난달 말 미국 첫 TV 대선 토론 이후 친(親) 가상화폐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 기준금리가 9월에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데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구글파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이날 오후 11시54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6% 하락한 7890만원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월27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국내 거래소에서 1억원을 웃돈 이후 반감기로 횡보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27일 미국 첫 TV 대선 토론이 향후 가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화적인 입장을,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규제적인 입장을 취해와서다. 대선 토론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평가됐고 그런 만큼 비트코인의 상승 재료가 될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었지만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가능성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친민주당 계열의 언론, 정치권, 고액 기부자 사이에서 바이든의 재선 도전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유권자 설득에 실패해 사퇴할 경우 더 강력한 민주당 후보자가 등장해 트럼프의 가상화폐 구상 정책 실현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노동시장의 과열 완화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상승 재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2014년 파산한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보유하던 비트코인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우려를 계속 의식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95만개의 비트코인이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나 붕괴했다. 업계는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비트코인이 14만개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 정부가 압류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처분 가능성도 가격 하락 요인이 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날 독일 정부 지갑에서 거래소로 약 75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4일 105.13을 나타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달러 강세를 뜻하는데 이 지수는 한 달 새 약 1% 뛰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우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 등 8개 자산운용사의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신청서를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이는 비트코인으로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도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입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에 긍정적이라고 비트와이즈 에셋 매니지먼트의 매트 호건 최고투자책임자는 짚었다. CNBC는 가상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CC데이터 보고서를 인용해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상승 구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최고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