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1>

편집자주사회가 개인화되면서 '말'에 기인한 갈등과 불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인 관계에서는 물론 다양한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일터에서 무심코 던진 말로 오해를 사거나 일을 그르친 과오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타인과의 교류 없이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말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관계의 관점에서 '말하기'를 다시 배워보라"고 제안한다. 또한 진실한 관계를 갖기 바란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타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인 '언어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글자 수 1015자.

언어감수성을 높이는 과정은 '왜 내 말이 상대에게 그렇게 이해되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다. 따라서 언어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부와 성찰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내 말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때, '왜 내 말을 오해하고 난리야!'라는 생각보다 '왜 내 말이 상대에게 그렇게 이해되었을까?'를 먼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은 언어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 지식이 필요하다.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 자체에 대한 지식은 물론 그 도구가 사용되는 맥락에 대한 지식, 즉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을 쌓으려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를 통해 쌓은 지식만으로는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렵다. '성찰'이 필요하다. 문제 상황을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성찰의 과정이다. 성찰을 통해 말이 이루어진 맥락을 짚어 보면서 내 말이 어떤 맥락에서 상대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졌을까를 뒤돌아 살피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확인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용기'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와 이를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는 용기 말이다. 성찰을 통해 확인된 내 언어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수용한 후에는 실제 내 언어생활에 반영해야 한다. 즉 감수성을 반영한 말하기, 상대방의 입장에선 변화된 말하기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회피하거나 덮어 버리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중략)

감수성이란 처음 높일 때는 어렵고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진 후에는 피곤하지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그런 노력이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게 되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서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분명히 가치 있는 노력이다. 그러니 가치 있는 노력을 위해 애쓰는 사람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지지와 응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예민함을 발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니다.

-신지영,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 인플루엔셜, 1만8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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