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땀이 비 오듯”…‘밤더위대피소’ 찾은 쪽방촌 주민들

재난 수준인 폭염에 안전 위협
이용 인원은 늘고, 예산은 줄어

“집에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요.”

3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현대옥사우나에서 만난 창신동 쪽방촌 주민 최모씨(65)는 선풍기 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작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와 너무 힘들었다. 이런 곳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옥사우나는 서울시에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여름철 운영하는 ‘밤더위대피소’ 중 하나다.

예년보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에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다. 사우나 1층에서 찜질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2층으로 올라가서 수면실을 이용하면 된다. 실제 수면실 안에는 쪽방촌 주민들이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 박모씨(70)는 “지금 사는 곳은 씻을 공간이 따로 없다”며 “사업이 잘 진행돼서 오래도록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평했다.

3일 오후 9시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현대옥사우나. 이용객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밤더위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7~8월 횟수나 시간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밤더위 대피소는 지난해 3개소에서 올해 6개소로 늘어났다. 현재 종로구와 중구, 서대문구, 영등포구에 1곳씩 있으며 서울 시내 5대 쪽방촌(창신동·돈의동·남대문로5가·동자동·영등포동) 중 가장 규모가 큰 동자동 쪽방촌이 위치한 용산구에는 2곳이 마련됐다.

다만, 밤더위대피소는 과거 방 한 칸으로 운영했던 쪽방촌 사무실과 비교해 이용 인원은 늘고 예산은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야간 무더위 쉼터 이용자는 2022년 770명에서 2023년 1191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고, 예산은 2022년 5687만5000원에서 2023년 2353만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수요와 주민호응을 지속해서 살피고 이를 반영해서 확대 추진할 계획”라며 “밤더위대피소 사업을 잘 운영해서 추후에 일반 저소득층 등 지역 사회로 확산할 수 있는 모델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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