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니던 출퇴근길서 참변…아침에 흰 국화가 놓였다

시청역 교통사고 추모 현장
이른 아침부터 추모 행렬
60대 운전자 '급발진' 주장
경찰 "사고 경위 파악 중"

“어제 회사에서 인사가 나서 피해가 큰 것 같습니다.”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사망자의 회사 동료 A씨는 “유가족들의 상심이 크다”고 전했다. 장례식장은 적막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조문객들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서울시청 앞 교통사고로 사망한 9명 중 6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이번 사고로 시청 직원 2명, 은행 직원 4명, 병원 직원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이들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국립중앙의료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다. B씨는 “동료 조문을 왔는데 착잡하다”며 “출근하기 전에 서둘러 장례식장에 들렀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흰 국화를 바닥에 놓고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한 시민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는 쪽지를 남겼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일 오후 9시27분께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다른 차량 두 대와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고,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2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였기에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펜스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고, 인도 근처에 있는 상점들의 유리문과 창문은 깨졌다.

사고 당일 소방당국은 "사람이 10명 쓰러져 있다"는 내용의 교통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 9시33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시청역 앞 세종대로는 양방향 통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임시 응급의료소가 현장에 설치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자 4명 중 1명은 중상이고 3명은 경상으로 모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자 1명은 병원에 이송돼 치료 중이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자 3명 중 1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운전자인 남성 C씨(68)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운전자와 부부 관계로 동승했던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함께 옮겨졌다. C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며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C씨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체적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서울시청 앞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에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며 "현재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급발진은 피의자의 진술일 뿐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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