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개원 한달]①'헌정 사상 초유'의 불명예 제조기 된 국회

단독 개원 등 부끄러운 기록 양산
협치를 위한 관례 등 대거 무시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다.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이후 국회는 ‘헌정사상 초유’의 기록들을 쏟아냈다. 타협과 협상을 통한 정치의 복원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과는 다르게 여야의 극한 갈등은 계속됐다.

지난달 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각각 선출했다. 법정시한에 맞춰 선출되긴 했지만, 집권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본회의가 열렸다고 하지만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회의는 성립할 수도 없고 적법하지도 않다"며 "총선 민심은 협치의 복원이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일방적인 의사 일정에 반발해 자당 몫인 국회부의장 후보도 내지 않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우 의장은 "22대 국회에서도 입법권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면 신뢰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민생과 개혁의 위기는 임계점을 넘을 것"이라며 "의견이 달라도 합의된 기준은 따르자"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기준은 크게는 헌법이고, 구체적으로는 국회법"이라고 말했다. 이후 우 의장과 민주당은 시한을 정한 국회법을 근거로 원 구성을 압박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과정에서도 야당의 독주는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10일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도 단독으로 선출했다. 본회의를 주관하는 국회의장에 이어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한다는 법제사법위원장과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야당이 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것도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가운데 11개를 단독 선출했는데,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당내 경선 당시부터 선명성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았던 우 의장은 국회법 준수 등을 내세워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여당의 분노는 국회의장에게 향했다. 여당은 취임 후 6일 만에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냈다. 이 역시 헌정사상 최단기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이다.

상임위원회 등의 경우 관례가 깨졌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었던 법사위의 경우 관례적으로 부여되는 제2당 몫을 부여하지 않고 4명의 소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 의원으로만 채웠다.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야당 의원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이지만 소위 위원장은 여야 2명씩 나눈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외에도 야당은 그동안 국회가 활용하지 않았던 입법청문회 제도를 이용해 정부 측 출석을 압박하기도 했다. 여야 간 의사 일정 미합의를 이유로 현안 보고 등에 정부 측 인사들이 출석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문화된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야당의 일방적인 의사 처리 과정 끝에 채상병특검법과 방송3법(방송법ㆍ방송문화진흥회법ㆍ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통위법 개정안 등은 상임위와 법사위의 문턱을 넘어 본회의에 올랐다. 이 법은 과거라면 신속처리의안(패스트트랙) 등을 활용해도 최장 8개월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종 숙려제도 등도 모두 무시한 채 처리됨에 따라 원 구성 1개월 만에 본회의에 계류될 수 있었다.

정치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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