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리걸테크 기업 규모 16조원 중 30%는 2년 내 투자'

작년 9월 기준 7486개
북미·유럽·인도에 집중
유니콘·IPO 기업에 일본 눈길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에서 열리는 ‘Legal Tech & AI Forum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다.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LTAS는 국내외 최고 권위자들이 AI가 불러올 법조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리걸테크과 생성형 AI의 혁신에 대해 토론하고 법조계 전체가 협력·상생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에서 법률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이미지출처=백성현 기자 stwhite@]

이 회장은 고려대 법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거쳐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제35회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정보통신부와 김·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2017년부터 고려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법정책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는 데이터의 활용과 보호를 위한 법 정책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유는

“리걸테크는 법률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빅데이터, AI 등 IT가 발전하면서 법률 시장에서도 해당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리걸테크는 한 단계 발전해 법률 해설, 판례·논문 검색, 법률문서 작성 등 변호사 일부 업무까지 대체하고 있다. 앞으로 변호사의 역할은 물론 법률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 방식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걸테크와 AI가 가져올 변화와 이에 따른 법률시장의 대응방안에 대한 전문적 연구 및 연구성과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봤다. 학계, 법조계, 리걸테크 업계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Legal Tech & AI Forum’을 구성하고 첫 학술대회를 열게 됐다.”

- 학술대회 주요 내용을 소개해달라

“학술대회에서는 총 4명의 전문가 발제에 이어, 학계·법조계·산업계 대표들이 함께 ‘리걸테크와 법조계의 상생에 관한 담론’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 발제 순서에 진행될 ‘미국의 리걸테크 규제와 관련 법’의 경우 미국의 법제도 중 특히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문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됐고, 이는 주요 리걸테크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언급될 것이다. 한국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법률 서비스의 혁신 및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또 ‘국내 리걸테크의 잠재력과 앞으로의 입법 정책 방향’ 발제에서는 대한변협에서 징계 내지 소송을 진행함에 따라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빠른 입법을 통해 허용되는 리걸테크 분야를 설정해야 하며, 소비자보호를 그 안에서 적절히 해야 할 필요성이 역설될 것이다.”

-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작년 9월 기준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트랙슨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약 7486개, 전체 투자 규모는 약 16조 원으로 그 중 약 30%는 최근 2년 내 투자가 이루어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대다수 리걸테크 업체는 북미, 유럽, 인도 등에 집중돼 있다. 유니콘 기업 역시 전체 9개 기업 중 6개가 미국이고, IPO에 성공한 15개 기업 중 절반 가까운 곳이 미국에 위치해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유니콘과 IPO 기업에 일본 기업이 각각 1개, 2개씩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리걸테크에 앞서 가고 있는 미국과 독일, 일본의 사례에서는 산업 발전에 제도적 지원이 있었다. 기존 법조계가 여러 법제도를 개정함으로써 법률산업의 혁신과 법률소비자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 리걸테크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 입법이 나아갈 방향은

“그동안 한국은 AI 산업진흥 정책에 초점을 맞추되 규제 문제는 윤리, 가이드 등 연성규범으로도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에서 조속히 법적으로 산업진흥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최소 규제로서 고위험 AI의 신뢰성 및 안전성 확보 조치, 생성형 AI의 고지, 표시 의무를 포함하는 법제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이 법제 개선을 통해 AI의 혁신을 촉진하고 사법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인쇄술이 법이론의 엄청난 확산을 가져왔고, 인터넷이 법률 정보의 대중화를 가져온 것처럼, 이제 AI는 법률가라는 전문직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하는 것은 물론, 법률소비자의 사법 시스템 접근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술변화를 일자리 대체 차원에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법 시스템도 AI를 맞이하고 수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유지인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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