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 최고 권위 소믈리에 '실패 줄이는 와인 고르는 법'

피에르-마리 파티유, 마스터 소믈리에 인터뷰
전세계 단 275명뿐…최고 권위 소믈리에
"페어링으로 잊지 못할 경험 선사하는 직업"

"소믈리에는 와인을 만들지도, 음식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의 최적의 '페어링(Pairing)'을 통해 최고의 경험을 탄생시키는 직업입니다."

피에르-마리 파티유(Pierre-Marie Pattieu)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 MS)는 2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소믈리에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상의 페어링으로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것이다. 와인과 음식 사이의 섬세한 조화를 주관해 평범하게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한 끼 식사와 한 잔의 와인을 잊지 못할 환상적인 경험으로 창조하는 역할이다.

피에르-마리 파티유(Pierre-Marie Pattieu) 마스터 소믈리에(MS)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와인, 끊임없이 새로운 역동적인 이름

소믈리에 가운데 최고의 권위와 영예를 상징하는 타이틀이 마스터 소믈리에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Court of Master Sommeliers, CMS)가 1969년 첫 시험을 주관한 이후 단 275명에게만 자격을 부여한 최고 등급의 소믈리에다. CMS는 와인을 비롯해 식음료 서비스의 전반적인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운영되며, 마스터 자격은 입문(Introductory)부터 중급(Certified), 고급(Advanced), 마스터(Master)까지 총 4가지의 과정을 수료해야 얻을 수 있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Avignon) 출신인 파티유 MS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호텔·외식 서비스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에는 직업고등학교를 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업과 실습을 겸할 수 있어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며 "졸업 후에는 영국으로 넘어가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와 소믈리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했는데,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파티유 MS는 "기본적으로 와인과 푸드 페어링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라고 말하면서도 "매년 작황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다른 특징을 보이는 것처럼 와인이란 분야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역동적인 업계라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Court of Master Sommeliers, CMS) 로고.

업계 최고 권위의 자격인 만큼 MS가 되는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MS 과정의 시험은 전반적인 와인 이론을 묻는 구술시험과 총 6개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후 25분 안에 3명의 MS 면접관 앞에서 답변하는 실기시험, 그리고 와인을 최적의 컨디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단계까지 총 3가지로 진행된다.

파티유 MS는 "개인적으로 시음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긴장감 때문에 잔을 덜덜 떠는 등 까다로운 시음으로 5번 낙방했는데,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많이 고민한 시간이었지만 일하면서 매일 3~4시간씩 공부하고 휴가 때도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끊임없이 매진한 끝에 10년 만에 결국 MS 자격을 얻게 됐고, 지금은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나만의 와인 취향 찾기 "호기심이 가장 중요"

한국 와인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 파티유 MS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한국은 자국 와인을 주로 소비하는 와인 생산국보다 오히려 다양한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다"며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부터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경험 공유, 수입사가 주최하는 시음행사 참여까지 정보 취득과 경험 확대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기 위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와인을 많이 마셔보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소믈리에나 판매 직원 등에게 본인이 찾는 와인 스타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한다면 실패 확률을 낮추고 좋은 와인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정 향이 나는 와인처럼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기준보다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처럼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질문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와인은 비쌀 수는 있지만 모든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은 아니다"라며 "결국 좋은 와인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도와 산도, 타닌 등의 균형감이 좋고 음식과 잘 어우러지는 와인이 객관적으로 좋은 와인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또 시간·장소·상황, 즉 TPO(Time·Place·Occasion)에 따라 최적의 와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파티유 MS는 "더운 날 수영장에선 시원한 화이트와 로제 와인이 어울리고, 겨울철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무거운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상황이나 장소 등에 따라 최고의 와인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누타 디 아르체노, 모던한 키안티에 대한 대답

피에르-마리 파티유(Pierre-Marie Pattieu) 마스터 소믈리에(MS)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파티유 MS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하는 '잭슨 패밀리 와인즈(Jackson Family Wines)'에 합류해 현재까지 그룹사 와이너리와 와인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18년까진 영국에 거주하며 유럽 시장을 담당했고, 이후에는 홍콩에 거주하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잭슨 패밀리 와인즈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에 총 45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파티유 MS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도 그룹사의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지역 와이너리 '테누타 디 아르체노(Tenuta di Arceno)'의 와인을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서다.

테누타 디 아르체노는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의 중심지였던 암브라(Ambra) 강과 옴브론(Ombrone)강 인근에서 16세기부터 양조를 이어오고 있는 와이너리다. 기원점을 뜻하는 '아르체노(arch?)'에서 이름을 따왔다. 1994년 제스 잭슨(Jess Jackson)이 인수하며 잭슨 패밀리 와인즈에 소속됐으며, 이탈리아의 대표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주 품종으로 하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DOCG 3종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등 국제 품종을 이용해 만든 3종의 '슈퍼 투스칸' 와인 '아카넘(Arcanum)'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테누타 디 아르체노(Tenuta di Arceno)'의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끼안티 클라시코.

테누타 디 아르체노의 키안티 클라시코는 '마이크로 크뤼(micro-cru)' 개념을 포도 재배에 도입해 포도밭을 63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눠 재배하고 양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품종이더라도 세분화된 포도 재배와 양조를 통해 각기 다른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섬세하고 우아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숙성에서도 일반적인 키안티 와인보다 작은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파티유 MS는 "전통적인 키안티 와인들이 500~800ℓ 이상의 큰 배럴을 사용하는 데 반해 아르체노는 비교적 작은 225ℓ의 프렌치 배럴을 사용해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토착품종 대신 국제 품종을 주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블렌딩해 조금 더 모던한 스타일로 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 제품인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hianti Classico Riserva)'는 산지오베제 90%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가 블렌딩된 알코올 도수 14.5도(%)의 와인이다. 중고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0개월을 숙성한 이후 다시 12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라즈베리와 체리 등 붉은 과실향과 담배·삼나무 등 오크 숙성향이 지배적이며, 산지오베제의 우아함에 카베르네 소비뇽의 단단한 구조감이 더해져 뛰어난 균형감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테누타 디 아르체노(Tenuta di Arceno)' 전경.

소믈리에, 페어링으로 새 경험 선사하는 멋진 직업

파티유 MS는 잭슨 패밀리 와인즈의 와이너리들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타협 없음(No Compromise)'을 제시했다.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잭슨 패밀리 와인즈는 저를 포함한 8명의 MS와 한 명의 마스터 오브 와인(MW)을 영입해 와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고, 와인 생산의 불모지인 영국에서 새로운 스파클링 와인을 선보이기 위한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파티유 MS도 자신을 이같은 철학을 토대로 도전을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파티유 MS는 "소믈리에는 좋은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직업"이라며 "이는 훌륭한 소믈리에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어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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