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최근 10년 한국이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의 특허출원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능형 사물인터넷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기술을 의미한다.
24일 특허청에 따르면 2012년~2021년 주요국 특허청(한·미·중·유럽·일, 이하 IP5)에 출원된 AIoT 기반의 재해 예방 특허는 연평균 19.5% 늘어났다.
2012년~2021년 주요국 특허청에 출원된 AIoT 기반의 재해 예방 특허는 총 1598건이다. 이중 한국 국적의 출원은 775건으로 전체의 48.5% 비중(1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90건(18.1%), 일본은 230건(14.4%), 중국은 164건(10.3%)이 출원됐다.
한국에서 출원된 AIoT 기반의 재해 예방 특허 건수가 다출원 2위 국가인 미국보다 2.7배 많은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특허청은 당분간 AIoT 기반의 재해 예방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출원인 현황에선 삼성전자(36건)가 1위, LG전자(35건)가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어 스카이 모션(32건), 퀄컴(29건), 인터디지털(26건)이 상위 5위권에 포진했다.
AIoT 기반 자연재해 예방 기술은 위성 데이터, 기상 데이터, IoT 센서 데이터 등의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인공지능 학습을 거쳐 피해 상황을 예측, 위치정보 기반의 대피 경로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그간 특허출원 된 AIoT 기반 자연재해 예방 기술의 재해 유형별 현황에선 지질재해 분야 출원량이 51.4%로 가장 많았고, 풍수해 분야(23.9%)·기상재해 분야(17.0%)·해양 재해 분야(7.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허출원 증가율은 풍수해 분야가 연평균 28.9%를 기록해 가장 두드러졌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홍수 등의 풍수해가 급증하고 있어 관련 예방 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UN 재난 위험감소사무국에 따르면 2000년~2020년은 이전 20년(1980년~2000년)보다 홍수재해가 2.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계기상기구는 “아시아 지역은 온난화 추세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상황에 맞는 국가적 지원과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AIoT 기반 자연재해 예방 기술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게 된 것이 기후변화로 잦아진 자연재해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마켓앤마켓 리서치는 세계 자연재해 감시 지능형 사물인터넷 산업시장 규모가 2023년 66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373억20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연평균 27.9%의 성장을 점친 것으로, 이는 AIoT 기반의 재해 예방 특허 확보를 위한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황윤구 특허청 사물인터넷심사과장은 “이상기후로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AIoT 기반 자연재해 예방 기술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이 기술의 발전은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허청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널리 활용될 수 있게 고품질의 심사와 함께 관련 통계 자료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