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지난해 제도권 대출이 거절돼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취약계층이 9만여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정 최고금리를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18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새롭게 이동한 저신용자(신용 6~10등급)는 5만3000~9만1000명이었다. 전년(3만9000~7만1000명)보다 2만명가량 증가했다.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도 늘었다. 지난해 조달금액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00억원 증가했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땐 최고금리를 웃도는 이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50%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한다고 응답했다. 연 1200%를 초과하는 고리를 부담한다는 응답 비율은 10.6%에 달했다.
불법사금융 유입이 증가한 건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통하는 대부업에서조차 대출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74.1%로 지난해(68%)와 비교해 6.1%포인트 증가했다. 공무원·대학(원)생·무직 등 소득이 불확실하거나 저신용자·저소득층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불법사금융임을 인지하고도 돈을 빌렸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최고금리가 연 20%에 묶여 있으니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수신(예금) 기능이 있는 금융사와 대부업 등 비수신 금융사 간 최고금리 규제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기·소액 대출은 금리 상한을 연 36%까지 높이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근본적인 부채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예컨대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창업 외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전계획·경험 없이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식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청년층 ‘영끌’ 문제가 커졌는데, 젊은 세대가 무리하게 돈을 빌릴 땐 금융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근본 개선책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불법사금융 퇴치를 위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의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며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다양한 대책을 동시에 펼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대부업 및 불법 사금융 이용 저신용자 1317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1일부터 2월29일까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