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조사위)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하마스) 모두에 '전쟁범죄' 책임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조사위는 이번 보고서를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사위는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심층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 당국이 책임져야 하고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첨단 법의학 분석 기술 등을 통해 전쟁 현장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해왔다. 조사위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당국은 기아와 고의적 살해,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 강제이송, 성폭력, 고문, 자의적 구금 등 각종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청난 수의 민간인 사상자와 광범위한 시설 피해는 이스라엘군이 원칙을 무시하고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 수행한 작전의 결과"라며 "이스라엘 관리들의 선동적 발언 역시 또 다른 국제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이 주민 대피령을 내렸지만, 명령이 불명확했고 안전한 대피를 위한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판단도 나왔다. 조사위는 "이스라엘군은 포위 공격을 통해 임산부와 장애인에게 더 큰 악영향을 미쳤고 어린이가 기아로 사망하는 결과를 빚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공개적인 옷 벗기기 등 성폭력 행위를 작전의 일부로 수행했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주민 살해와 인질 납치 등도 불법행위로 규정됐다. 조사위는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수천발의 미사일을 쏘고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이며 무장단체 구성원이 고의적 살해와 상해, 고문, 인질 납치, 민간인 및 군인에 대한 성폭력 등을 저지른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마스의 성폭력은 이스라엘 여성을 대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자행됐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주민에 대한 모든 의도적 공격과 고의적 살해, 고문, 비인도적 대우, 재물 파괴, 인질 납치 등은 전쟁범죄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나비 필레이 조사위원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공격과 보복으로 반복되는 폭력의 순환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법 엄수"라며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하마스도 공격을 멈추고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