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문자로 해고당한 스님에…'스님도 월 300만원 받은 근로자, 부당 해고'

법원 “부주지는 근로자 해당…근로기준법 위반”

사찰이 부주지 스님을 문자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주지는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 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단은 2022년 6월 재단 소속 서울 소재 사찰의 부주지 스님 B씨에게 문자로 해임을 통보했다. B씨는 퇴거 명령에 불응하고 욕설 등으로 스님의 품위와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해 기각된 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성격의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중노위는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고 지난 4월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이에 재단은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에게 매달 지급한 300만원은 승려의 종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보시금’이며, B씨가 일할 때 재단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았고 근무 시간과 장소도 따로 정해지지 않아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노위는 B씨 업무가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일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A씨가 사찰의 행정 업무를 재단에 보고한 점, 매월 300만원의 정기적·고정적 금액을 지급받은 점 등을 근로자라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단은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B씨는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는 재단이 정한 업무 내용에 따라 부주지 겸 주지 직무대행으로서 사찰관리와 사찰행정업무 등을 수행했고, B씨가 재단의 임원에게 업무 내용을 보고하면 임원이 구체적 지시를 하기도 했다”면서 “B씨가 받은 돈은 보시금 형태라 하더라도 결국 사찰관리 및 사찰 행정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인 B씨에게 문자로 해임을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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