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63.0%) 역시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래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3%로 ‘3대 고용지표’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견조한 고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낙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용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령별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9만2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26만1000명)을 크게 뛰어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없었다면 마이너스 고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명이 감소해 연령대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청년층의 경우 8만9000명 줄며 1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취업자와 고용률 지표가 핵심 노동인구의 고용 사정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간 청년층과 40대의 취업자 수 감소를 해당 연령대 인구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4월 통계는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례로 40대 남성의 경우 취업자 수 감소폭(8만7000명)이 같은 연령대 인구 감소폭(6만6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노인 일자리로 채운 4월 취업자 수는 그마저도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노인 등을 위한 직접 일자리 114만2000개를 만든다는 목표로 월평균 19만개의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공공 일자리로 분류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9만3000명)이 제조업(10만개)과 함께 취업자 수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민간이 만들어내는 내수 쪽 일자리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사업시설관리와 사업지원 임대서비스업(6만6000명), 도매소매업(3만9000명), 부동산업(2만3000명) 등은 일제히 감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면서 고령층과 건설업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이를 고용 호조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4월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자료를 분석해보면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35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5000명(6.1%) 증가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197만8000명으로 9만4000명(-0.4%) 감소했다.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추가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 구직 상태에 있는 반쪽짜리 취업자(불완전 취업자)가 줄지 않고 있다. 4월 통계에서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수는 73만9000명으로, 지난 1월(72만6000명), 2월(83만1000명), 3월(73만9000명)에 이어 70만~80만명에서 오르락내리락 정체 흐름이 이어졌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불완전 취업자는 통계상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아 불완전 취업자가 장기간 유지되거나 늘게 되면 실업률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나온다"고 진단했다. 내수경기 부진과 기업들의 경영 악화 등으로 실제 고용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3%대 실업률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한창 일할 청년층이 고용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올랐고, 실업자 수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청년 실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청년층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8월 기준 19.4%에 달한다. 청년 5명 중 1명이 2년 이하 계약직·저임금으로 불안하게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연구위원은 "청년층 고용상황은 양적으로는 호조세인 듯하지만 질적으로는 취약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청년층이 원하는 ‘경력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일자리로 청년들이 들어가고 있는지를 따져 봤을 때 현재 청년층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공식지표와 체감 간 괴리는 왜 발생할까. 정부는 1시간 이상 벌이를 위해 일을 했다면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가령 한 달 동안 일을 하지 않다가 배달 아르바이트로 1시간을 일한 취업준비생을 통계청에서는 취업자로 분류한다. 명목상 취업자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을 실업자로 인식한다. 통계상 수치에는 고용 형태, 연령대 등 고용의 질적인 측면까지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적 착시를 걷어내고 장기적으로 양보다 질적인 측면에 정부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이 일자리 수치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취업자 수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기보다 제대로 된 일자리로 건너가기 위한 구직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