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문제원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고용노동부의 '미조직 근로자 지원과'를 다음달 출범시켜 노동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25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노동개혁을 하는 데 있어 노동약자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며 "노동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지난 3월26일 충북 청주에서 개최된 민생토론회 이후 49일 만에 재개하는 회의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을 앞두고 잠시 민생토론회를 중단했다가 이날 재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근로자들의 삶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됐지만 우리 사회에는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는 많은 노동약자들이 있다"며 "4월4일 민생토론회 점검회의에서 고용부에 설치를 지시한 '미조직 근로자 지원과'가 다음달 출범할 예정으로 현장과 소통하며 제대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저도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도 제정한다. 윤 대통령은 "이 법은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상해·실업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약자들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보호받을 수 있게 분쟁조정회 설치를 담고 있다"며 "노동약자를 위한 표준계약서도 이 법 틀 안에서 마련하고 미조직 근로자 권익 보호와 증진 위한 법적 근거도 이 법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법원 설치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도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노동 형법에 위반해서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이것이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이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에서도 민사적인 피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게 현행법상으로 있지만 체불임금이나 노동자들의 피해,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의 설치가 검토될 단계"라며 "고용부와 법무부가 준비를 하고 사법부와도 협의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원청기업과 정부를 매칭해서 영세협력사의 복지증진을 지원하는 상생연대 형성 지원사업과 단독으로는 복지기금 운용이 어려운 영세기업들이 공동으로 복지기금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외에도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배달종사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덜고 플랫폼 종사자 휴게시설 확충에도 나선다.
노동 이슈에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는 각종 정부 혜택을 배제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도 공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기업에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노동 이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세제지원이나 개발계획의 승인 부분에서 배제하는 종합적인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는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다시 계층 간 양극화로 확대돼 민주주의에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정부는 노동개혁 속도를 높여서 양극화 해소와 동시에 노동약자들이 소외되지 않게 적극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로부터 일하는 현장에서 겪는 고충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점점 사양 사업화돼가는 봉제산업 환경, 비정규직이라서 받는 차별, 마루 공사의 열악한 근로 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들이 겪었던 애로사항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한 30대 청년은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상상하지 못한 임금체불을 겪고, 3개월의 임금과 1년 조금 넘는 기간의 퇴직금을 못 받았다"며 "노동청에 신고하고 검찰이 기소해도 벌금으로 끝난다. (돈은) 민사재판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제가 만약 임금체불 상습 사업주라면 10억원의 임금을 체불시키고 1억원도 안 되는 벌금만 내면 상황이 끝나버리는 것"이라며 "(임금체불 당한) 근로자는 변호사를 고용해서 민사재판을 가야 하는데, 이미 법인은 없어졌거나 실제 소유주가 법인 대표가 아닌 (경우도 많아) 확정판결을 받아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저도 26년간 검찰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이런 사안은 워낙 많이 봤다"며 "기업은 망했지만 자기 재산은 따로 챙겨놓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건 반사회적 정도가 아니라 반국가 사범이라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만약 같은 회사 안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간에 사람 차별을 대놓고 해서야 어떻게 전체 산업의 이중구조를 타파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라며 "고용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비정규직이 차별적으로 배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리기사, 배달종사자, 마루·비계(높은 곳에 설치하는 임시가설물) 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