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박유진기자
강진형기자
최근 정부가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업계에는 이와 같은 좀비주택이 양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양만 해놓고 운영은 제대로 안 해 버려진 실버타운 사태로 분양제는 2015년 폐지됐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를 다시 부활시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업계 관계자들은 "입주 노인들이 피해만 입고, 다시 거처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22일 인구소멸지역의 노인복지주택에 분양제를 적용하겠다고 한 건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23일 "사업자들이 초기 투자 비용을 건지려면 분양을 해야 하는데, 임대만 하라고 하니까 투자비 회수가 힘들어서 아예 짓지 않았다"며 "분양제를 다시 도입하면 노인복지주택을 짓겠다는 사업자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노인복지주택 운영자들은 공급도 중요하지만,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노인을 재산권을 취득한 입주자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라며 "노인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입주한 곳인 만큼 재산권 못지않게 ‘시설 이용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실버타운이 유행할 당시, 노인복지주택 분양제의 허점은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분양받은 노인들은 60세 이상이 아닌 사람에게 분양권을 팔았다. 노인복지주택에 노인은 사라지고 젊은이가 살기 시작했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실버타운을 지은 개발업자들은 돈만 받고 도망갔다. 노인들에게 약속했던 ‘의료진 상시 거주’ 같은 서비스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실버타운을 차지한 젊은이들이 지자체에 "노인복지주택을 일반아파트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노인복지주택의 공급을 늘리면서도 시설관리에 대한 책임은 지게 하는 차원에서, 분양제만 적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주택 관계자는 "분양과 임대를 5대 5로 섞고, 5년이든 10년이든 운영 기한 약정을 걸어서 시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영이 잘 돼야 분양받은 집의 가치가 유지되고, 다시 팔 때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분양형을 허용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 89곳’에 국한된다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노인에게 필요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곳에 노인복지주택을 짓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 발표 당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전북 고창에 가보니 인구감소지역에 분양해야 자금이 돈다는 의견이 많아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땅값이 싸서 쉽게 지을 수 있고, 낙후 지역에 인구 유입까지 기대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주택 관계자는 "과거 실버타운 실패에서 봤듯이 노인들에게는 병원과 교통 접근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구소멸지역은 이런 여건이 안 돼서 분양형으로 공급해도 주택 가격이 내려갈 거다. 수억원씩 내고 분양받은 노인들만 손해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들도 인구소멸지역에 주택을 짓고 싶은 생각이 없다. 분양형을 재도입해서 노인복지주택을 늘릴 의도라면, 인구소멸지역에만 한정한다는 것부터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