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野 '처분적 법률' 언급에 긴장하는 與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긴급금융조치법 등 유형
국회 입법만으로 자동 집행력, 평등권 침해 논란도
"처분적 법률로 실질 조치" vs "원칙 넘는 시도 안돼"

'처분적 법률(處分的 法律)'이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재판과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을 말한다.

일반적 법률과 달리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일정한 범위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이나 조치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을 내용으로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처분적 법률의 유형에는 ▲일정한 범위의 소수 국민만을 그 대상으로 하는 대인적 처분법률(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정치활동정화법·부정축재처리법 및 정치풍토쇄신을위한특별조치법 등) ▲개별적·구체적 상황 또는 사건을 그 대상으로 하는 개별 사건적 법률(긴급금융조치법·긴급통화조치법등) ▲적용기간이 한정된 한시적 법률(재외국민취적·호적정정및호적정리에관한임시특례법·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 특별조치법·혼인신고에관한특례법등)로 나뉜다.

국가 기능이 확대되면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적용되는 추상적인 내용의 법률만으로는 국민의 생존과 복지를 충분히 배려할 수 없는 데다, 비정상적·위기적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분적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효력을 갖는 특별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처분적 법률은 국회 입법만으로도 자동으로 집행력을 갖게 된다. 국회가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행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이 거대 야당 대표의 처분적 법률 활용 언급에 긴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평등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처분적 법률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국회가 정부와 협력해 국민의 복지와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에서 "답답한 것이 집행 권한을 정부가 갖고 있고 국회는 기본적으로 감시 견제 기능, 입법을 하다 보니 대개 제3자 입장에서 촉구만 하는데 국회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면 좋겠다"면서 "처분적 법률의 형태를 통해서라도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질적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처분적 법률 형태를 통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이런 것들은 처분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구체적으로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신용 사면이라든지 이런 건 꼭 정부의 행정 형태가 아니라 어떤 처분적 법률 형태로 국민의 권리회복 차원에서 해 볼 수 있다는 이런 말씀을 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처분적 법률로써 가능한 국민적 권리가 어느 게 있는지를 가닥을 잡으면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처분적 법률 활용 의사에 여당은 긴장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당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의 근본적인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회가 해야 할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 구분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윤 권한대행은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국정 운영의 기본적인 원칙이나 상식을 넘어서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상황에 따라서 위헌성이 있는 법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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