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16일(현지시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이 장중 한 때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밑돌았다. 올해 테슬라의 판매 실적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전날 있었던 10% 인력 감축 소식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2.71% 내린 157.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5003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전 장중에는 테슬라 주가가 5%가량 떨어지며 시가총액 5000억달러가 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해 4월26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 같은 테슬라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는 실적 부진 전망이 꼽힌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판매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약 37% 떨어졌다. 시총은 올해 3개월간 2900억달러(약 400조원)가 증발했다.
특히 이달 초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인도량(38만6810대)이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데 이어 전날 전 세계 사업장의 인력 10% 이상을 감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에 잇달아 타격을 줬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 하루에만 5.6% 하락했다. 지난 5일엔 테슬라가 저가 전기차 생산을 포기한다는 주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심화했다. 다만 머스크 CEO는 이를 부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 앤드 컴퍼니의 애널리스트 라이언 브링크먼은 "어제 발표된 대규모 해고로 인해 테슬라의 인도량 감소가 공급 문제가 아닌 수요 둔화의 결과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자산관리사 딥워터의 더그 클린턴은 "지난 몇 분기 동안 가끔 등장했던 전기차 수요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데이터를 인용해 "이달 들어 월가 애널리스트 18명이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낮췄으며, 향후 상승 전망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머스크가 엑스(X, 옛 트위터), 스페이스X, xAI 등 여러 기업을 경영하느라 집중이 분산된 가운데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 등 테슬라 고위 임원 2명이 회사를 떠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오는 23일 발표 예정인 테슬라의 1분기 영업 실적과 머스크 CEO의 콘퍼런스콜 발언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는 이번에 테슬라의 비용 절감 근거, 미래 전략, 제품 로드맵, 전반적인 비전을 투자자들에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많은 테슬라 투자자가 동행을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