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尹대통령이 위기탈출 시발점 돼야 한다

총선 참패 원인은 '불통' 이미지
인적쇄신하고 野와 협치 나서
'포용의 리더십'으로 변화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정도로 참패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라…."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서현관 내부는 침묵과 정적만이 흘렀다.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 총선 참패에 대한 충격의 기류가 역력했고, 표정은 침통함으로 가득했다. 매일 통로를 오가는 대통령실 참모진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며 총선 결과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총선 전날 최근 6주 만에 반등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여론조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며 "몇 석을 가져가겠느냐"고 서로 묻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권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불통'으로 꼽힌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않고 두 발 늦게 대응에 나서면서 여론 악화에 '실기'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 대신 "정치공작"이라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극한 대립각을 세워 당정관계가 급랭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사퇴 처리 지연, 해병대원 사망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강행은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악재가 터질 때마다 조기 진화에 실패한 채 뒷수습에 급급했다.

16년간 집권한 최장수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비위에 휩싸인 고위직 인사들을 가차 없이 내쳤다. 자신을 총애하며 정치인으로 대성하도록 도와준 헬무트 콜 전 총리가 1999년 비리 의혹에 휩싸일 때 별도의 성명을 내놓고 아주 냉정하게 당에서 사실상 쫓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성과가 없는 기민당 소속 장관들은 가차 없이 해임하기도 했다. 특히 메르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포용의 리더십'에 있다. 자신과 반대되는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릴 수 있게 했고, 독일이 프랑스·영국·미국 등과의 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포용 정신이 근간이 됐다. 독일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구현했는데 그것은 양극화가 아니라 합의를 지향한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용산도 이제 변화가 시급하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변화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아 불통을 고집한다면 남은 3년은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총선 패배를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아직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야권의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상대방 정당의 법안이나 정책은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권 극단적 파당주의 '비토크라시'를 버리고 협치의 정치를 이끄는 것. 위기 탈출의 시발점은 대통령이 돼야 할 것이다.

정치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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